2011년 '아랍의 봄'으로 민주화에 성공한 튀니지… 폭염에 무능한 정부 성토
2021년 대통령에 권한 집중시킨 게 자충수
"더워서 못살겠다."
이른바 '폭염 민란'이다. 45도를 웃도는 기록적 폭염에 무능한 정부를 성토하던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의 불을 댕긴 튀니지 국민들이 또다시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기후 위기가 정치 불안으로 연결될 기미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염으로 민심이 악화한 튀니지의 최근 사정을 보도했다. 냉방 수요 급증으로 노후화된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렸고, 국영 전력회사는 순환 정전에 나섰다. 급기야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 조치까지 내려졌다.
민심이 돌아섰다.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통령 권한 강화에 나선 지 5년이 된 지난달 25일 수도 튀니스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의 불을 댕긴 곳으로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유일한 나라다. 게다가 사이에드 대통령이 누군가. 2011년 23년간 집권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한 뒤 정치적 혼란을 겪은 튀니지 국민들이 2019년 대선에서 선출한 법학 교수 출신 정치인이다. 혼란을 다잡을 '구원자'로 상당한 기대도 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180도 바뀌었다. 시위대는 "전기도 없고, 물도 없고, 감옥과 물가 상승만 있다"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 폭염 때문만이 아니다. 여러 불만들이 켜켜이 쌓이면서다. 37%를 웃도는 청년 실업률, 고물가로 인한 경제난 등이 원인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의 사하르 메크메크 팀장은 "국민들은 삶이 후퇴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전기와 물 공급 중단은 현대 튀니지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권 부패와 무능을 척결하겠다며 2021년 대통령에게 국가 권력을 집중시킨 건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을 거머쥐면서 사실상 입법부와 사법부를 무력화했다. 2021년 국민들은 이런 조치를 환영하며 지지했으나 권력이 집중된 만큼 책임 역시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폭염에 대처하지 못한 대통령의 무능을 국민들이 도리어 따져 묻게 된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