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항로 합의…각국 초안 열람
이란 측 "이란 영해로 진출입" 주장
수수료 부과 포함…美 강력 반대
트럼프, 외교 선호 시사 발언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 통행 재개를 위한 한시적 합의에 다가서고 있다.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항로안을 마련해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 합의가 성사되면 이란이 해협 통행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과 오만은 해협 통행 재개를 위한 항로에 사실상 합의하고, 공동성명 초안을 각각 검토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양측이 구상한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다"며 "제3자가 이 과정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주요 고려 사항과 합의 내용을 담은 양국 공동성명은 현재 최종 검토와 문안 작성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통행로는 이란 영해로 진입해 오만 영해를 거쳐 빠져나가는 항로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다만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이란 국영 IRNA통신에 양국 합의에 따라 "상선들이 입출항 시 모두 이란 영해를 통과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NYT는 임시 합의에 따라 통행료는 부과되지 않지만 ▷환경 영향 ▷화물선·유조선 안전 확보 ▷인력 운영 비용 등 명목의 '서비스 수수료'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선박 화물 가액의 5~7% 수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오만은 3% 안팎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수수료 부과 여부는 매체와 취재원에 따라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초안을 확보했다고 전하며 통행료는 물론, 당초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서비스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과 오만 합의는 60일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은 다른 걸프 국가들과 긴밀히 조율하며, 이번 협상이 이란에 에너지 운송로에 대한 거부권을 넘겨주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걸프 국가 관계자들은 이 임시 합의가 이란이 해협에 대한 영속적 지배력을 확보하고 지속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합의가 현실화하면 지난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테헤란이 미국과 직접 협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약속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다만 해협 통행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위험한 선례'라며 반대해 온 미국 방침과 어긋나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CNN은 이란 당국자들이 해협의 법적 관리 체제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대니 시트리노비치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선임연구원은 CNN에 "해협이 위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려면 이란 정권교체가 일어나거나 수로 통제권 확보를 위한 지속적 군사작전이 필요할 것"이라며 "두 선택지 모두 워싱턴이 정치적·전략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로는 가장 달갑지 않은 선택이 유일하게 현실적 선택지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이번 한시적 합의를 토대로 양해각서(MOU) 관련 후속 협상 등 더 깊이 있는 협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강경파가 도발을 거듭해 전쟁의 대가를 키우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협상하는 쪽을 택하겠다"며 외교적 해법 선호를 재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