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안해?" '군함 파견' 협박하는 트럼프…동맹국 여전히 '미온적' 왜?

입력 2026-03-16 17:20:56 수정 2026-03-16 18: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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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이란 전쟁 발발로 중동의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이유로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한국·일본·영국·프랑스·중국 등 지목된 5개국 모두 즉각적인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들이 그곳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보다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겨냥한 경고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이 여기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매우 암울한 미래(very bad future)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미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나토 국가뿐 아니라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맹국들을 향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무엇이든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하며 기뢰 제거선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악당'들을 제거해 줄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이 운용하는 드론이나 해상 기뢰 등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의 특수부대 지원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통과를 호위하고 이란 공격에 대비할 '연합' 구성에 대해 약 7개국에 참여를 요구했으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7개국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보다 2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는 어떤 국가들이 참여하는지 묻자 "말할 수 없다.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관여하기를 꺼리는 국가도 있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을 언급하며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그는 그는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했다. 해협 관리의 중심 역할을 미국이 아닌 주요 원유 수입국들이 맡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아울러 "바라건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냄으로써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요구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중동 정세가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에 차질 우려가 커졌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제기된다. 미국이 유조선 호위와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작전에 단독으로 나설 경우 군사적 위험과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원유 수입국들의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러한 발언을 두고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의 배경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협 안정 문제를 원유 수입국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함 파견을 요구한 5개국은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15, 16일 연이틀간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 역시 즉각적인 군사 대응에는 선을 그었다. 오는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일본 외무성은 "일본은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인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며 미국의 요청에 따라 바로 해군 함정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 지역의 해상 운송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BBC 방송에 출연한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 장관은 영국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해협 개방 유지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으며, 기뢰 탐지 드론 파견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전에 이미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카트린 보트랭 프랑스 국방장관은 지난 12일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에 어떤 함정도 파견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와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호위하는 순전히 방어적인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말에 "중국은 각국이 즉각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상황의 추가 고조를 피하며, 지역 정세 불안이 확대돼 세계 경제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말했다.

NBC는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이들 국가가 결국 어떤 조치를 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각국의 미온적인 반응은 호르무즈 봉쇄 사태가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 연구원도 NBC를 통해 "트럼프가 언급한 국가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데 이는 꽤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