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기업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交涉)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 하청 노조 407곳, 8만1천600명이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했다. 시작일 뿐이다. 이제 자동차, 조선, 건설, 지자체 위탁업체, 대학 청소 및 경비 노동자 등 원청과 하청 구조로 짜인 산업 현장에서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쏟아낼 것이고, 원청 업체는 1년 내내 '교섭 늪'에서 허우적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란봉투법의 취지(趣旨)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대기업 소속이냐 중소기업 소속이냐에 따라 임금·고용안정성·복지 등이 크게 차이 나는 구조) 개선에 있다. 그러나 현실과 제도의 괴리(乖離)로 부작용 우려가 많다. 우선 이 법안은 사용자 범위, 쟁의(爭議) 대상이 되는 경영상 결정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아 격한 교섭 투쟁·법정 투쟁이 예상된다.
파업(罷業)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일단 파업부터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산업 현장이 품질 향상과 생산보다 '교섭'과 '소송'에 에너지를 소진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노조가 사측의 '경영상 판단'에 대해 사사건건 딴지를 걸 경우 기업 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 생산 차질을 넘어 기업의 미래,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법 시행 초반에 어떤 선례와 판례를 남기느냐가 앞으로 '교섭 기준'이 된다는 생각에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우려도 높다.
상생(相生)하자면 노조 스스로 절제해야 한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나타나는 현장의 '혼란'을 즉각적으로 확인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정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와 기업, 하청과 원청은 함께 흥(興)하거나 함께 망(亡)하는 관계이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 관계로는 지속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