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가파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급락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결국 코스피는 5,093, 코스닥은 978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은 2월에만 20조원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3, 4일도 매도 우위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동요(動搖)를 넘어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본격적인 '자산 재배분' 성격이 짙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마주하는 엄중한 지표다. 정부는 1월 말 기준 4천259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강조하지만,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 여파로 보유액은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외환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해도 고환율과 고유가가 상수(常數)로 굳어질 경우, 기업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가계 실질 구매력이 하락하는 '고비용 구조의 고착화'가 실물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중동 리스크는 단기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확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강경 기조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실물 지표도 불안하다.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40% 넘게 급증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중동 리스크 이전 지표임을 고려해야 한다. 건설업체의 실제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이 11.3% 급감하며 14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인 대목은 내수 경기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반도체의 선전(善戰)만으로는 거세게 몰아치는 대외 리스크의 충격파를 온전히 막아낼 수 없다.
시장 변동성은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환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일시적으로 폭주하는 현상을 동반한다. 정부와 통화 당국은 거시 지표의 건전성을 내세우는 원론적 진단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시장 불안을 제어할 실효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시장에 닥친 충격은 일시적 발작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생존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