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홍형식] 장동혁과 한동훈의 서문시장 정치

입력 2026-03-03 09: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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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선거를 앞둔 명절 민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현⋅전 대표가 차례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반응은 기대만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서문시장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서문시장을 찾으면서부터다. 그 이후 서문시장의 장바닥 민심이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했다.

대구 정서는 정치인을 보고 판단할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정치인의 처신이다. 정치인은 점잖아야 하고, 목청을 높이기보다 남 말에 귀 기울이고, 신중하고 신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스스로 낮춰 예로 대하고 주변에 구설수가 없어야 한다. 세 번째는 공직을 맡을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 국가⋅국민 공동체에 대한 헌신성이다. 이러한 기준을 갖춘 정치인에게는 개인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선공후사의 모습을 기대한다.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앞세우는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정서다.

이런 정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가까웠고, 전임자인 이명박(이하 호칭 제외)의 냉혹한 신자유주의를 두고서 문재인과의 대결에서는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 '법치 사회',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선거 캠페인을 펼친 박근혜의 방문에 서문시장은 환호했다. 당선 후 고교 입시 정책에서는 경쟁을 도입했던 이명박과 달리 평준화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선거 캠페인과 교육정책 등만 놓고 본다면 공화주의에 가깝다. 대략적인 비율로 본다면 대구·경북에서 이러한 선공후사의 공화주의 성향이 60% 이상일 것이다. 그래서 당시 박근혜는 영남에서, 이명박은 서울 강남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그러나 박근혜 이후 보수 대선후보들은 모두 친이(명박)계다. 대구 시민들은 이들의 처신이나 주장하는 가치가 못마땅했다. 이명박을 포함한 홍준표, 윤석열은 처신에 문제가 있어 보이거나 주변의 구설수가 그러했다. 자유 경쟁만을 강조하며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신자유주의, 보수의 시조를 박정희 대신 이승만으로 여기는 수정주의적 보수 역사관에 선뜻 동의하기도 어려웠다.

그럼 장동혁과 한동훈은 어떨까? 둘의 차이는 당권-비당권파, 그리고 탄핵에 대한 입장 차이다. 그러나 그 외에 이 둘의 뿌리는 윤석열로 같다. 단 장동혁은 윤석열을 부정하지 않고 극우성향 기독교보수로 더 나아갔다면, 한동훈은 자유주의적 강남 보수 정서로 대표 이전 비대위 구성 당시부터 영남을 철저히 배척했다. 신의와 처신에서도 대구 정서와 거리가 있다. 그 결과 두 사람이 설 전후 서문시장을 방문했지만, 호응은 이전 정치인보다 못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윤석열 계엄 이후 탄핵 과정부터 있었다.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그렇게 반탄⋅윤어게인 집회를 했어도 대구에서는 잠잠했다. 세이브 코리아가 동대구역에서 집회를 했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전국에서 모은 것이었다.

한국 현대사 과정에서 대구가 보수의 중심이 된 것은 당연할 수 있다. 6·25 때 경북은 학도병까지 나서 북한 침략 저지의 마지노선을 지켰고, 전국에서 몰려온 피난민에게 피난처를 내준 곳이다. 그리고 국가 주도 산업화의 중심이었기에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념적 보수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대구에서 보는 국민의 힘은 어떤 모습인가? 당 주변에는 공동체를 내세우면 좌파, 균형 개발과 평준화 정책도 좌파, 다주택 규제 또한 좌파이고 박정희 대신 이승만을 국조로 내세우는 윤어게인이 득세하고 있다. 당은 이들의 눈치나 보고, 아직 유교와 불교 영향이 큰 지역에 특정 종교 쏠림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도 대구에서 환영받을까? 그런 논리라면 민족 공동체를 내세운 박정희, 강남 개발 정책과 평준화 도입 및 유지를 한 박정희⋅박근혜, 부동산 투기를 처벌한 전두환과 노태우, 토지공개념 김영삼 등 역대 보수 대통령 모두 좌파다. 그리고 남는 것은 오직 자유 우파 이승만이다.

이러한 모습이 현재 국민의힘이다. 그러니 국민의힘 전⋅현 대표가 온들 대구시민 누가 기꺼이 환영하겠는가? 그나마 보수의 본산이니 마지못해 아직은 밀어 줄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젠 관심마저 거두는 분위기가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