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패권시대, 한국 그리고 대구의 전략적 선택

입력 2026-01-14 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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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누가 쥐고, 어떤 규칙 쓸 것인가
미국식(플랫폼 의존), 중국식(국가 독점) 아닌 '제3의 길'
대구형 데이터 트러스트 구축해야

곽창규(한국외대 겸임교수, UCASM 연구소장, 전 금융보안연구원장, 경제학박사)
곽창규(한국외대 겸임교수, UCASM 연구소장, 전 금융보안연구원장, 경제학박사)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본격적인 승부에 돌입했다. 미국은 민간 플랫폼과 자본이 앞서 달리고, 중국은 국가가 데이터와 산업을 통합해 몰아붙인다. 표면적으로는 모델 성능 경쟁처럼 보이지만, 진짜 승부처는 '데이터를 누가 쥐고, 어떤 규칙으로 쓰게 할 것인가'다. 모델 성능은 시간이 지나면 수렴할 수 있지만, 데이터 주도권과 규칙설계권은 일단 굳어지면 뒤집기 어렵다.

또 다른 핵심축은 안전이다. 수천만명의 정보가 한곳으로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보안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보안강화'를 외쳐봐야, 근본 해법이 되지 못한다. 데이터가 흘러가는 경로, 곧 '거버넌스'(권한·책임·감독·제재)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AI가 내부망을 스캔하며, 취약점을 찾아내는 시대다. 방어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집중을 줄이고, 통제를 강화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데이터 주권'이다. 이는 감정적 구호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다. 개인과 기업, 지역이 데이터의 사용범위에 명확히 동의하고, 목적 외 활용을 제한함과 동시에 위반시 책임을 묻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데이터가 특정 플랫폼에 갇히지 않도록 이동성과 연계해, 표준을 확보해 공정 경쟁을 가능케 해야 한다. 나아가 민감 데이터는 원본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온디바이스·연합학습 등) 필요한 통계와 모델만 안전하게 활용해야 '혁신과 안전'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미국식 '플랫폼 의존'도, 중국식 '국가 독점'도 아닌 '제3의 길'을 열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 대구가 추진하는 'AX'(인공지능 전환) 정책은 단순한 기술도입을 넘어 '지역형 데이터 주권 실험'으로 설계돼야 한다. 가령 공공·의료·모빌리티·제조 분야에서 데이터가 생성되는 순간부터 익명화, 접근권한, 목적제한, 감사로그, 분쟁조정까지 일괄 운영하는 '대구형 데이터 트러스트'를 구축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휴먼 로봇
현대차그룹의 휴먼 로봇 '아틀라스'. 연합뉴스

기업은 합법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시민은 통제권과 혜택을 체감하며, 행정은 투명하게 감독하는구조다. 핵심은 '누가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쓰느냐'다. 대구는 '현장'이 강점이다. 제조현장, 병원, 대학, 교통, 도시 데이터가 실제로 맞물려 돌아간다.

이 강점을 살려 ①동의·권한·책임 기준을 표준화 ②지역 데이터 셋을 공공-민간이 공동관리 ③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절차 마련 ④공공 조달로 초기 수요 창출을 해야 한다.

데이터 주권은 권리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지역 경쟁력이 된다. 시민에게는 참여 혜택(서비스 개선, 비용절감, 투명한 정보공개)이 돌아가고, 기업에게는 예측가능한 규칙이 생기며, 지역에는 신뢰기반의 혁신 생태계가 형성된다.

AI 패권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정교한 규칙이다. 데이터 주권을 국가전략으로 세우고, 대구를 그 규칙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델로 만든다면, 우리는 '추격 국가'가 아니라 '규칙을 설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운영규칙이 필요하다. 데이터 주권은 법과 기술, 시장 인센티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동의는 쉽게, 철회는 언제든, 목적은 좁게, 책임은 무겁게'라는 원칙을 현장에서 구현해야 한다.

대구가 이를 먼저 제도화하고 다른 지자체와 연동되는 '연합형 데이터 생태계'로 확장한다면, 지역 전략이 곧 국가 전략이 된다. AI 시대의 승부는 결국 신뢰를 설계하는 능력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