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한 영상이 공개돼 세상을 뒤흔들었다. 바다거북이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장면이었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 모습은 소셜 미디어로 확산됐고 플라스틱 빨대를 비롯한 일회용품 규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기업은 앞다퉈 종이 빨대를 시범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 때 플라스틱 빨대 무상 제공을 금지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매장 내 일회용품 제공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도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 때 규제가 완화됐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플라스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빨대 재질과 상관 없이 '손님이 요청할 때에만 빨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장에선 점원에게 이중 일을 시키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하는 등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인'은 플라스틱이 수많은 거북이를 살린 '수호자'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바다거북이 껍질로 귀중품을 만들어왔다. 19세기 중반까지 매부리바다거북 약 900만 마리가 귀중품 제작에 희생됐다. 1859년 개발된 플라스틱이 드디어 거북이 껍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통념과는 다르게 플라스틱이 수많은 바다거북이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게다가 진짜로 거북이 생명을 위협하는 건 플라스틱 빨대가 아니라 어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어업 활동 중 발생하는 폐기물이 전체 해양 폐기물의 약 70%를 차지한다. 매년 약 800만~1천2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지만 그중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025~0.03%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를 두고 환경단체나 정부는 이 사실을 은폐한 채 개개인 소비자에게 엄격한 규제를 내세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실질적인 개선보다는 '도덕적 상징'에 가까운 조치다. 문제는 '플라스틱 그 자체'가 아니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나서서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고 규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면 왠지 모르게 도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실제 문제를 단순화하고 왜곡할 우려가 크다.
중요한 건 '감정의 정화'가 아니라 '사실의 정리'다. 도덕적 분노에만 머무르지 말고 데이터를 근거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건 멍청하고 또 기만적인 일이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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