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수 인근 40cm 이상 눈 쌓여
겨울잠을 깨고 봄의 문을 여는 경칩(3월5일)이 지나 춘분(3월 20)을 앞둔 14일 경북 울릉도 나리분지는 아직 겨울왕국이었다.
전날부터 내린 눈이 아침에 울릉읍 마을 뒷산에 하얗게 쌓여있는 모습을 보며 마지막 겨울 풍경을 담기 위해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인 나리분지로 나섰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화산체 정상부 일대가 함몰하면서 형성된 칼데라 지형으로, 해발고도 340~390m, 면적 약 2.2㎢ 크기의 마을로 울릉도 개척 당시 초기에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성인봉을 끼고 있어 트레킹과 등산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마을 내엔 다양한 편의시설과 함께 울릉도 전통 가옥인 투막집과 너와집도 잘 보존돼 있는울릉도 대표적 힐링관광지다.
차량을 이용해 나리분지 입구에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마치 하얀벽이 분지를 둘러쌓고 있는 모습이었다. 산에는 나무마다 눈꽃을 피우며 하얀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나리분지를 둘러쌓고 있는 성인봉과 알봉 쪽은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설경을 뽐내고 있다. 이 곳은 겨울 끝자락이 아닌 겨울 중앙에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간간이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자 하얀 세상과 어울려 오는 봄을 시샘이나 한 듯한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하며 겨울을 붙잡고 있었다.
이왕 온 김에 신령수까지 가보기로 결정하고 하얀 세상을 밟으며 겨울 중앙으로 들어섰다. 신령수까지 만들어 논 등산로에는 10~40cm 가량 눈이 쌓여있었다.
하얀 세상을 따라 걷다 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숲 전체 쌓인 새하얀 눈으로 방향감각을 잃게 한 것이었다. 와본 곳이기에 다시 방향을 정하고 이동하는데 무릎 가까이 쌓인 눈이 이동속도를 더디게 했다.
눈길에 대비한 등산 장비를 갖추지 않았기에 신발 속엔 점점 습기가 차올랐다. 하지만 순백색 세상이 만들어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은 추위와 불편함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숲속 고로쇠나무에는 어김없이 수액을 채취 중이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있으면 수액 생산량도 늘어난다고 한다. 농민들에겐 눈은 생산량과 당도 등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울릉도는 국내 최대 다설지다. 연 강수량의 절반가량이 겨울에 눈으로 내린다. 쌓인 눈은 봄철 내내 천천히 화산 암반 속으로 스며들어 용출되면서 식수 등으로 활용되기에 주민들은 눈을 반긴다.
신령수에서 성인봉 진입로 방향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어 포기하고 알봉방향으로 이동하는 중 전차바퀴처럼 궤도로 움직이는 설상차를 만났다. 마을 주민들을 태우고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예전보다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하고 있었다.
준비를 하지 않고 온 탓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인근 식당가로 이동하는 동안 생각의 시선은 자꾸 겨울에 머문다. 준비만 철저했더라면 아름다운 설경을 좀 더 즐기고 마음에 담았을 것이라는 못내 아쉬움이 컸다.
이 풍경이 잘 보존 되기를 바라며 내년에도 아름다운 설경의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