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채널에 싫어요·신고 집중…유튜브 알고리즘이 '매장' 처리
조작 업체 버젓이 영업…구독자·좋아요·조회수 한꺼번에 판매
6·3 지방선거를 79일 앞둔 지금, 유튜브 정치 채널들의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그런데 이 전쟁의 무기가 콘텐츠의 질이 아니라 '돈'이 되고 있다. 구독자를 사고, 조회수를 사고, 댓글 공감을 사는 시장이 공공연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폰팜'이 있다.
앞서 본지가 보도한 대로 폰팜은 스마트폰 메인보드 수십 장을 하나의 박스에 넣어 대량의 온라인 활동을 자동화하는 장비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80만 원이면 살 수 있고, 비슷한 상품이 10만 개 넘게 팔렸다. 문제는 이 장비가 선거철을 맞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고 있느냐다.
◇ "갑자기 몰려와서 싫어요 폭탄"…상대 진영 채널 공격
정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정 시점에 맥락 없이 '싫어요'가 폭증하고, 프로필 사진도 없는 계정들이 '가짜뉴스', '허위선동'이라는 판박이 댓글을 쏟아붓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자신의 영상에 "갑자기 어디선가 좌표 찍고 몰려와서 '가짜뉴스'라고 댓글 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호소한 바 있다. 다른 채널 운영자들도 "요즘 지령인가 보다. 나도 무지 달린다"고 동조했다. 진보 성향 채널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정 영상이 올라오면 수분 안에 신규 계정들이 비공감을 누르고 신고를 반복해 영상 노출을 떨어뜨리거나, 심한 경우 채널 자체에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제재를 유도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공격이 폰팜과 결합하면 규모가 달라진다. 폰팜 200대에 매크로를 설치하면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누르지 않아도 된다. 특정 영상 URL을 입력하면 200개 기기가 자동으로 싫어요를 누르고, 미리 작성해둔 비방 댓글을 각기 다른 계정으로 올린다. 해당 댓글에 공감까지 몰아주면 상단에 고정된다. 반대로 상대에게 우호적인 댓글에는 비공감을 집중시켜 아래로 밀어낸다. 이 과정이 수분 안에 자동으로 끝난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싫어요가 많거나 부정적 반응이 집중된 영상의 추천 노출을 줄인다. 결국 폰팜 공격은 상대 채널의 콘텐츠를 유튜브 알고리즘 자체에서 '매장'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 구독자 1만 명 80만 원, 조회수 2만 회 20만 원…영향력을 사는 시대
공격만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채널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도 폰팜이 쓰인다.
유튜브 구독자와 조회수를 전문적으로 조작하는 업체는 100곳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세는 구독자 1만 명에 80만 원, 조회수 2만 회에 20만 원 선이다. '라이크스토어' 같은 업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유튜브 구독자, 틱톡 좋아요까지 한 곳에서 판매하며 주문 건수가 45만 건을 넘었다고 자기 사이트에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가동하는 것이 바로 폰팜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여러 대의 컴퓨터에 여러 채널의 유튜브 방송을 틀어놓는 원시적 방식을 넘어, 폰팜 수백 대에 자동화 스크립트를 설치해 구독·조회·좋아요를 한꺼번에 돌린다. 물리적 기기 기반이라 유튜브의 봇 탐지를 우회하기 쉽다.
선거철에 이 시장이 특히 뜨거워진다. 정치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수를 부풀리면 그 자체가 '이 채널이 영향력 있다'는 신호가 된다. 구독자 10만 명 채널과 1만 명 채널의 발언은 같은 말을 해도 무게가 다르다. 부풀린 구독자 수는 광고·후원·행사 섭외로 이어지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채널의 영향력이 곧 선거 캠페인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
라이브 방송 동시 접속자 수도 마찬가지다. "○○ 후보 지지 방송에 동시 접속 3만 명"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가 뉴스가 된다. 폰팜 200대가 동시 접속하면 실제 시청자 수에 허수가 얹혀지고, 이 부풀려진 숫자가 포털 기사 제목이 되어 다시 여론을 형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신고해도, 차단해도 끝이 없다"…현장의 목소리
피해를 호소하는 채널 운영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은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유튜브에 신고해도 조치에 시간이 걸리고, 계정이 차단되면 폰팜에서 새 계정을 만들어 똑같은 공격을 반복한다. 유튜브는 2021년 싫어요 수를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싫어요 자체의 알고리즘 영향은 여전하고, 댓글 공격과 신고 폭탄은 막지 못한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비용도 부담이 안 된다. 폰팜 박스 하나(180만 원)에 선불 유심 20개(개당 1만 원 안팎), 전기료 월 수만 원이면 '200명 규모의 댓글 부대'가 24시간 가동된다. 반면 피해자가 법적 대응을 하려면 수사 의뢰부터 증거 확보, 계정 추적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비대칭이 극심하다.
◇ 법은 아직도 '킹크랩'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가짜뉴스, 댓글이나 공감 조작 같은 여론조작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대범죄"라며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6·3 선거를 앞두고 선거사범 전담수사반을 편성했다.
그러나 현행법이 겨냥하는 것은 2018년 드루킹 사건 당시의 '킹크랩' 수준이다. 하나의 컴퓨터에서 매크로를 돌려 댓글 추천수를 조작하던 방식 말이다. 물리적 기기 수백 대가 각각 독립된 네트워크로 접속하는 폰팜에 대해서는 탐지도, 처벌도 사실상 공백 상태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4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금지하지만, 매크로나 자동화 도구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폰팜 장비의 구매·보유를 규제하는 법도 없다. "여론조작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압수하기 전에는 장비 안에서 무엇이 돌아갔는지 알 수 없다.
플랫폼 자율 규제에도 한계가 있다. 유튜브는 "비정상적으로 조회수가 늘어난 영상을 적발해 제재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물리적 기기 기반의 조작은 현재 탐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 보안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 "온라인 선거운동 규정, 지금 바꾸지 않으면 늦는다"
전문가들은 선거법과 플랫폼 규제를 동시에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공직선거법에 '자동화 도구를 이용한 대량의 온라인 선거 관련 활동'에 대한 처벌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법은 '허위사실 유포'와 '후보자 비방'만 처벌할 수 있을 뿐, 조회수·좋아요·구독자 조작 자체를 선거범죄로 의율하기 어렵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 유튜브·네이버 등이 선거 기간 중 비정상 트래픽에 대한 강화된 모니터링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적발 결과를 선관위에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술적으로는 기기 고유번호(IMEI), 클릭 패턴의 통계적 이상치, 계정 생성 시점과 활동 패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 분석하는 AI 기반 탐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딥페이크 탐지 기술(정확도 92%)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것처럼, 폰팜형 여론조작에 특화된 디지털 포렌식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구독자 1만 명을 80만 원에 살 수 있고, 댓글 공감을 수백 개 단위로 조작할 수 있는 시대다. 조작 업체는 버젓이 영업하고, 장비는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피해자만 속수무책이다. 투표함 앞의 1표는 엄격하게 관리되지만, 투표 전에 유권자의 판단을 좌우하는 온라인 여론은 돈이면 살 수 있다. 선거의 공정성은 투표 당일에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며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