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 부지 달라"…방위비 협상 또다른 변수되나?

입력 2025-08-26 17:47:09 수정 2025-08-26 20:07:18

SOFA 규정 상 불가능…개정 위해선 국회 비준 필요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두고 발언한 듯
김건 "부지 받고 나중에 우리에게 다시 팔 수도 있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기지 부지소유권을 넘겨달라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한미동맹의 기본적인 합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우리가 가진 거대한 요새(fort)의 소유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라며 "한국은 '우리는 땅을 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은 땅을 빌려준 것이다. 땅을 주는 것과 빌려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소유권을) 원한다"며 "우리는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우리가 엄청난 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에 기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SOFA 제2조에 따르면 주한미군 부지 제공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공여'임을 명시하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명시돼 있다.

SOFA 제2조에는 주한미군이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지만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도 적혀 있다. 주한미군이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SOFA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미국이 해외주둔기지 부지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발언이 '협상카드용'이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이 기지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 왔는데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과도한 요구를 던진 뒤 이후에 조정하는 방식을 주로 써오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말씀의 배경을 더 알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한미군 부지는 우리가 공여하는 것이지, 우리가 주고 무슨 지대를 받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35년 외교부 경력을 갖고 있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SOFA 규정상 미국의 소유권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가 방위비 얘기 없이 소유권 얘기만 꺼냈으므로 이제부터 정부에서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유권이 넘어가면 미군이 우리나라를 혹시 떠날 경우엔 다시 돈 받고 팔 수도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