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학부모 안동 고교 '시험지 절도' 시도…7차례 침입도 확인 (종합)

입력 2025-07-17 19:01:14 수정 2025-07-17 21:14:22

기간제 교사·학부모, 시험지 유출 시도하다 경보음에 덜미
작년 퇴사 후 시험 직전마다 새벽에 침입…행정실장도 가담

지난 10일 고등학교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경기도 한 고등학교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10일 고등학교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경기도 한 고등학교 자료사진. 연합뉴스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절도를 시도한 사건(매일신문 11일 보도 등)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2월 퇴직한 전직 기간제 교사 A씨와 3학년 학생의 학부모 B씨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훔치려다 경보음에 놀라 도주했고 이후 학교 측과 경찰 수사로 범행이 드러났다.

더불어 A씨가 퇴직 이후에도 최소 7차례 학교에 몰래 침입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부모, 교사, 학교 행정실장까지 얽힌 중대 범죄로 번지고 있다.

◆보안 뚫고 새벽 교무실 침입
사건은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쯤 발생했다. 기말고사 첫날을 앞둔 시점, 해당 학교의 경비 시스템이 갑자기 작동하며 경보음이 울렸다.

당직 교사가 CCTV를 확인한 결과 두 명의 여성이 교내에 침입해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 중 한 명은 학교에서 지문 인식을 통해 정식으로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해당 지문 정보를 조회하던 중 교사와 학생들이 그 번호의 주인이 지난해 2월까지 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기간제 교사 A씨임을 확인했고, 또 다른 여성은 3학년 재학생의 어머니이자 학교운영위원이었던 B씨로 밝혀졌다. 이들은 시험지를 노리고 침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뒤인 지난 11일 경기도 분당에서 A씨를 체포했고, B씨는 함께 구속됐다. 또한 이들의 범행을 묵인·도운 학교 행정실장 C씨도 이후 구속됐다.

◆시험 전날마다 새벽 침입… 총 7차례 '치밀한 범행'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의 범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경북교육청과 경찰이 A씨의 지문 출입 기록을 조사한 결과 2024년 이후만 해도 총 7차례 새벽 시간대 학교에 침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모든 침입은 기말·중간고사 또는 영어듣기평가 전날이었다.

심지어 A씨는 퇴직 이후에도 지문 등록 정보가 삭제되지 않아 자유롭게 교내 출입이 가능했고, 교무실 비밀번호 역시 바뀌지 않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A씨는 시험지를 보관하는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여분의 시험지가 따로 보관되는 공간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별일 아니다" 덮으려 한 행정실장… CCTV도 삭제 정황
당직 교사가 침입 사실을 행정실장 C씨에게 알렸을 때 C씨는 "내가 들여보낸 사람이니 신경 쓰지 말라"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하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서 C씨가 CCTV 영상을 삭제하고 보존 기간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험지 보관실의 잠금장치를 일부러 제대로 걸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C씨는 B씨에게 잘 보이고자 범행을 도왔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C씨와 A씨의 개인적 관계 등도 수사 중이다. C씨와 A씨는 퇴직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아 온 것으로 파악됐다.

◆돈 주고 과외, 시험지 유출… 전교 1등 학생도 입건
A씨와 B씨의 관계는 B씨의 딸 C양이 중학생 시절 A씨에게 과외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C양은 A씨가 재직 중이던 이 고등학교에 진학해 1학년 때 A씨의 담임반 학생이었고, 고등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기록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수백만 원씩 송금한 정황도 확보했다.

현재 C양은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고, 학교는 C양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 조치했다.

◆경북교육청, 도내 전수 점검…학교 평가보안 대책 강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북교육청은 도내 모든 일반고를 대상으로 학생평가 보안 긴급 점검에 나섰고, 시험 관리 매뉴얼 개정과 보안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경북교육청 중등교육과와 감사관이 현장 감사를 벌였고, 관련 학교에는 심리 상담과 재발 방지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지문 출입 기록조차 정리하지 않은 관리 허술함이 빚은 사건"이라며 "시험 성적을 맹목적으로 쫓는 사회 분위기와 결합해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