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양자역학의 핵심 '전자 터널링' 수수께기 100년 만에 풀었다

입력 2025-07-15 15:31:38

양자컴퓨터 등 전자 움직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 개발 토대 마련

포스텍 김동언 교수
포스텍 김동언 교수

포스텍(포항공대) 물리학과 김동언 교수(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MPK) 연구팀이 10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양자 역학의 핵심인 '전자 터널링' 과정의 수수께끼를 최초로 밝혀낸 데 이어 이를 실험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벽을 뚫고 순간 이동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원자 세계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양자 터널링'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전자가 자신이 가진 에너지로는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에너지 장벽)을 마치 터널을 파고 지나가듯 통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 현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작동하는 원리이자, 태양이 빛과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전자가 터널을 통과하기 전·후의 움직임은 상당 부분 밝혀졌지만, '터널을 지나가는 순간' 전자가 정확히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터널 입·출구는 알고 있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김동언 교수팀과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C. H. 케이텔 교수팀은 강한 레이저를 원자에 쏘아 전자를 터널링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자가 단순히 벽을 통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 안에서 원자핵과 다시 부딪히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터널링 장벽 내 재충돌'이라고 이름 붙였다. 여태껏 전자가 터널에서 빠져나온 후에야 원자핵과 다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터널 안에서도 이런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자가 터널링 하는 과정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터널링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초고속 레이저 같은 첨단 기술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학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가 원자의 벽을 통과할 때,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며 "이제야 비로소 터널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