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김지수] 설명 없는 결정

입력 2025-07-13 14:58:51 수정 2025-07-13 17:46:27

김지수 사회부 기자

김지수 사회부 기자
김지수 사회부 기자

"글의 주인은 필자가 아닌 독자다."

언론사 입사 준비 과정에서 배운 말이다. 아무리 공들여 취재한 기사라 할지라도 공익성, 정보 전달 측면에서 독자에게 선택될 때에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는 데 공감해 왔다.

지난달 26일 열린 대구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안) 공청회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대중교통인 도시철도망 계획 과정에 정작 대중인 주민들의 입장이 담기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공청회에서 본 주민들의 모습은 지난해 10월 열린 대구 시내버스 노선 체계 개편 방안 용역 주민 설명회 때와 비슷했다. 처음 공개된 대중교통 노선 개편안에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었다. 두 공청회에서 나온 목소리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내용은 의사 결정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수년간 진행돼 온 시내버스 노선 개편 용역, 10년마다 수립되는 도시철도 구축 계획을 행정기관에서 깜깜이로 진행한 뒤 결과만 주민들에게 공표한다는 데 대한 불만이 공통적이었다.

계획안 결정이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결과의 여파는 컸다. 진보당 대구 동구지역위원회는 지난 1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서혁신도시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진보당 관계자와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동구 시민단체 등 주민 10여 명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앞서 대구시가 공개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안'에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 사업'으로 용지역~대구스타디움~신서혁신도시를 잇는 13㎞ 노선을 만드는 안이 담겼는데, 이번에 공개된 도시철도 3호선은 용지역, 대구대공원, 수성알파시티, 고산역까지 5.8㎞ 구간을 연장하는 내용만 담겼다는 데 대해 반발했다. 대구 서구에서도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 만평네거리 통과 노선 반영 요구가 지역 주민과 구의원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이 대중교통 노선 결정 과정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배경으로는 '민원으로 인한 업무 차질'이 자주 등장한다. 대구시는 민원 발생을 우려해 전반적인 계획안이 확정될 때까지 용역 및 연구를 비공개로 진행해 왔다. 이번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이 지난번 계획 때와 달라진 배경에는 사업성과 수요 등 납득할 만한 배경이 있었지만 공청회 전까지 이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이처럼 충분한 설명 없는 정책 추진은 언제나 시민들의 반발을 부추겼다.

도시 외연 확장과 시내버스 운송 수익금 감소에 따른 적자, 서대구역 개통에 따른 노선 변경 필요성, K2 및 2군작전사령부 등 군부대 이전에 따른 후적지 개발 필요성 등은 대구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이라도 설명을 통해 설득하려는 시도는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 입장에서 필요하다.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글의 독자, 또는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다. 앞으로 달라질 체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의사 결정 과정에 실제 수요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 계획을 확정한 뒤에 통보하는 방식의 설명은 반발이 동반된다.

대중교통은 흔히 '시민의 발'이라 불린다. 대중교통의 주인은 대구 시민이다. 이동권은 기본권이며, 발이 없으면 이동에 제약을 받는다. 대중교통을 비롯한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는 이용자 입장에서 마련돼야 한다. 앞으로는 시민이 누리는 기본권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입김이 보다 더 반영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