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강우 시인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다. 초등학생도 아는 말이다. 진정한 친구를 가리는 잣대가 되는 그 말 속에는 어려운 때일수록 신의(信義)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통념이 담겨 있다. 생각해 보자.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있던가.
영국 리버풀의 공격수 디오고 조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리버풀 팬들은 물론 축구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의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동료 루이스 디아스가 조타의 장례식 당일 인플루언서가 개최한 파티에 참석해 비난을 받았다.
십분 양보해 사전계약으로 인한 불가피한 일정이었다고 해도 춤추는 모습을 SNS를 통해 공개한 건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후속 보도를 보니 조타는 디아스가 리버풀로 이적한 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디아스의 아버지가 콜롬비아 반군에 납치됐던 2023년, 조타는 EPL(프리미어리그) 통산 50번째 골을 기록한 직후 디아스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드는 세리머니까지 펼쳐 보였다.
지독한 어려움에 처한 이에겐 꽃도 별도 심지어 한술 밥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그게 남의 눈에는 항용 있는 일일지언정 관련자에겐 우주가 붕괴될 정도의 사건일 수도 있다. 가령 끈 떨어지고 빛바랜, 심지어 한쪽 면에 구멍이 난 손가방을 잃어버린 친구에게 뭐 그런 낡은 가방 때문에 울기까지 하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순서가 틀렸다. 먼저 왜 우느냐고 물어야 할 것이다. 그 볼품없는 손가방이 자식을 위해 영혼을 갈았던 어머니의 단 하나 남은 유품이란 걸 알게 된 그 사람, 오늘만큼은 친구와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할지도 모른다.
조타에겐 어린 세 자녀가 있고 더욱이 막내는 지난해 태어났단다. 사자(死者)는 말이 없는 법. 그러나 남은 가족과 조타를 좋아했던 팬들과 무엇보다 인간의 공감능력과 분별심을 믿었던 이들에겐 할 말이 많을 터이다. 조타가 생사의 경계를 넘어간 순간 어려움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 됐다. 디아스는 그 몫을 나누어 가질 생각이 없었다.
루이스 디아스, 축구 선수로서의 능력은 인정받았을지 몰라도 인간관계에선 똥볼을 차 버렸다. 상대의 마음에 골인하는 결정적인 슛은 돈도 명예도 아니다. 그건 상대의 처지를 내 거울에 비춰 보는 마음이다. 그 슛은 상대의 마음에 다양한 각도로 날아간다. 요컨대 어떤 마음으로 차느냐에 따라 각도를 달리하는 것이다. 연민도 그 중 하나이다. 디아스는 연민의 하중을 실어 보낼 시점에 희희낙락을 뻥, 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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