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배종찬] 공소취소거래설의 결말은 검찰 말살인가

입력 2026-03-18 10: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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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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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김어준 방송발(發) 공소취소 거래설'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한 정치권의 공방을 넘어,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 정의가 진영 논리에 의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특히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입지 위축, 강성 지지층의 폭주, 그리고 이로 인한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 개혁안 표류는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정치적 비용이 결코 가볍지 않고 사법 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썸트렌드(SomeTrend)가 분석한 2026년 3월 9~15일의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 분석 결과는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어준'과 '공소취소'라는 키워드를 둘러싼 연관어들은 '의혹', '논란', '비판하다', '범죄', '명예훼손', '허위사실'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김어준 씨의 방송 명칭인 '겸손'조차도 긍정적 의미가 아닌, 논란의 중심지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발하다'와 '반발'이라는 단어의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국민들이 이번 공소취소 거래설을 단순한 정책적 결정이 아닌, 사법권을 매개로 한 부당한 거래나 특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은 정부와 여권이 추진하려는 검찰 개혁의 동력을 근본적으로 잠식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파장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돌아갔다. 법과 원칙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의 수장이 '공소취소 거래설'이라는 유례 없는 의혹의 한복판에 서게 된 것 만으로도 그의 도덕적·정치적 권위는 치명상을 입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은 그간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와 개혁 사이에서 중도적인 균형을 잡으려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그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야권으로부터는 '권력의 시녀'라는 공세를, 강성 지지층으로부터는 '과감하지 못한 우유부단함'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사법 행정의 총책임자가 거래설에 휘말리는 순간, 그가 내놓는 어떠한 정책도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 장관은 개혁의 엔진을 돌려야 할 시점에 자신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처지가 되었다.

역설적으로 김어준 씨의 방송은 강성 지지층을 더욱 강하게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방송 이후 이들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 범죄를 은폐하거나 정치적 보복을 가하는 도구로 규정하며, 이를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목소리가 합리적인 사법 체계 개편 논의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민주적 통제와 사법적 효율성 사이의 정교한 설계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들은 검찰 개혁을 '악(惡)과의 전쟁'으로 치환하며, 전문가들의 우려나 야당의 협치 제안을 적대시하고 있다. 김어준 방송이 던진 '공소취소'라는 화두가 사법 정의를 진영 간의 세 대결로 변질시키면서,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극단적 결론만이 개혁의 유일한 정답인 양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뼈아픈 결과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해 온 '국민의 이익을 고려한 검찰 개혁안'이 무력화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개혁안은 본래 검찰의 비대해진 권력을 견제하되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민생 중심'의 개혁을 지향했어야 한다. 그러나 '공소취소 거래설' 파장은 개혁의 목적지를 '국민'이 아닌 '정치적 생존'으로 옮겨놓았다. 강성 지지층의 압박에 떠밀려 보완수사권 박탈 의지가 강화되면서, 정교한 사법 설계보다는 선명성 경쟁이 우선시되고 있다. 이는 결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하여 민생 범죄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약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김어준 발(發)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력을 상실했다. 이제 검찰 개혁은 정책의 영역이 아닌 진영 간의 '성전(聖戰)'이 되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의 명분은 사라졌고 '검찰 말살'이라는 잔인한 역사적 유산만 남기는 결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