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유광준] 합리적인 후보 선택

입력 2026-03-18 14:12:08 수정 2026-03-18 17: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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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준 서울정치부장
유광준 서울정치부장

"유 부장은 투표할 때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해?"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듣는 질문이다. '20년 넘게 여의도 바닥을 누빈 사람이라면 뾰족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리라.

서슴없이 대답한다. "제가 몇 다리 건너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계산합니다."

거창한 답을 기대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식 하고 웃는다. '그렇게 안 봤는데 세속에 너무 찌든 것이 아니냐!'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 대답에는 나 나름 사연이 있다.

대학시절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들을 때다. 강의가 시작되자 의욕 넘치게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각종 선거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교수는 이 질문을 주제로 그날 수업을 진행했다.

'후보의 도덕성을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병역·납세 등 국민의 의무를 다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유권자에 대한 섬김의 자세가 필요하다' 등 학생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기준(基準)이 제시됐다.

그러자 교수는 "그럼 지금 여러분들이 제시한 기준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指標)도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예를 들면 출마 후보의 도덕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면 전과(前科)나 봉사활동 기록 등 누구나 확인하고 동의할 수 있는 자료를 유권자가 쉽게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수업이 중반을 넘어서자 교수는 분위기를 다잡았다. "선거는 유권자의 이익과 선호를 후보자를 통해 관철하는 과정일 수도 있는데 그저 '훌륭해 보이는 사람'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학생들은 동요했다. 선거를 유권자가 자기 잇속을 챙기는 과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고 했던가.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에 더해 후보자가 어떤 직업을 가졌었고 무슨 동호회에서 활동했는지까지 살피겠다는 대답이 쏟아졌다.

특히 자신의 입장에 공감하고 말도 잘 통할 것 같은 청년·여성 정치인을 원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수업이 끝을 향하자 교수가 논의를 정리하면서 칠판에 이렇게 적었다. 첫째, 선거는 훌륭해 보이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다. 둘째, 유권자는 투표할 때 자기중심적으로 의사표시를 해도 괜찮다. 셋째, 유권자와 '대표' 사이의 원활한 상호작용(소통)은 민주주의를 성숙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합리적인 결정이 될까요?"

학생들의 다양한 대답이 나왔고, 교수는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그렇다면) 나와 몇 다리 건너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가까운 사람끼리 만나서 무엇을 할지는 모를 일이다. 은밀한 뒷거래나 결탁이 있을 수도 있고 따끔한 충고나 조언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다만 유권자로선 나의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서 나쁠 건 없다. 더욱이 이 방법은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곱씹을수록 적확한 표현이구나 싶다.

대구경북에서도 합리적인 투표가 이뤄지길 바란다. 적어도 '계산'을 한다는 것은 '묻지마 투표'(특정 정당 지지)를 넘어 이성적인 투표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내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서 한 번쯤 마주했던 사람,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나섰던 자리에서 응원한다고 내 등을 토닥여준 사람, 가까운 지인을 통해 전화라도 연결해서 욕이든 칭찬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의 대표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