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
"외로운 대통령이 돼달라는 것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大邱-慶尙北道(앞으로 TK라 부르겠습니다) 人脈(인맥)과 손을 끊어달라는 것입니다...<중략>...지금 TK마피아는 너무 獨食(독식)을 오래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政界(정계)·軍(군)·官界(관계)·金融界(금융계)·司法界(사법계)·기업계·교육계·언론계·과학계, 權(권)·金(금)·名(명)이 따르는 곳의 높은 자리는 으레 TK생들이 실력이 있건 없건 버티고 있습니다."
제13대 대선 일주일 후 1987년 12월 23일 당시 동아일보 김진현 논설위원실장이 '盧泰愚(노태우)선생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TK'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로써 'TK'가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TK 마피아'라는 용어 탓인지 한동안 'TK'는 매우 정치적,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물론 지금은 그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희석돼 일반적인 '대구-경북' 이니셜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TK 인맥'의 주류는 어떻게 형성됐던 것인가. 무엇보다 TK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가장 많이 탄생시킨 역사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했을 터. 현재까지 대통령 14명 중 6명을 배출했으니 40년 가까이 그 주변 인사들이 '權·金·名'의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권력의 생리로 보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모든 TK 인사들이 다 그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었다. 그 'TK 인맥'에도 주류는 있게 마련이다.
고인이 된 김민하 전 중앙대 총장은 필자가 2016년 김부겸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20대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배경을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TK의 주류는 상주와 대구사범 출신이었다. 상주에서 태어나거나 대구사범을 졸업하면 대구에서 행세했고 출세가 보장됐다. 나는 상주 출신이어서 중앙대 교수로 있으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했다. 그러다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TK의 주류를 형성했다. 김부겸이 2016년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1960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상주와 대구사범 출신들이 주류였고,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TK 인맥의 대부'로 알려진 신현확 전 총리가 그 정점에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때 칠곡 출신들이 주류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TK의 주류가 한국 사회에서 권력, 금력, 명예를 거머쥐고 있는가. 아니다. 옛 영광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1991년 대구 두산전자 페놀 사태,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대구-경북의 섬유산업이 어려워졌다. 2019년 삼성, LG마저 구미를 떠나 TK 경제는 더욱 힘들게 된 것이다.
대구 출신 한 중견 언론인은 "TK 인맥이 오히려 독이 됐다. 지금도 문제만 생기면 인맥부터 찾는다. 인재마저 키우지 않았으니 최악이다. 그러니 자생력, 창의력이 생길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위기 극복의 에너지가 절대로 부족하다"면서 "TK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영남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기관의 한 간부는 "요즘 각종 지표를 보면 TK가 변화하고 있다"며 "지역 발전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40대-50대를 중심으로 새 길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필자는 조용히 '뉴TK'를 생각해 본다. AI시대를 맞아 TK를 글로벌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문 집안, 명문 학교 출신이라는 과거의 강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영향력도 없다. 인맥으로 해결되는 시대도 아니다. '이념'이 아닌 '실용'의 시대여서 더욱 그렇다.
첫째, '뉴TK' 리더는 '우리가 남이가'가 아닌 '우리 모두 하나다'는 생각을 가진 포용적 리더다. 퇴계 이황(李滉) 선생이 남긴 '심학(心學)'의 키워드인 '경(敬)' 사상을 체화한 리더가 '뉴TK' 리더라고 생각한다.
둘째, '뉴TK' 리더는 '보수본류'라는 이념지향적 의식보다 실용주의적 호국(護國)·부국(富國) 사상을 지닌 리더라고 할 수 있다. '權·金·名'의 자리만을 탐하지 않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실천적 리더이다.
셋째, '뉴TK' 리더는 통합형 리더다. TK 행정통합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인물이다. 소지역 간의 칸막이를 과감히 뜯어내고 융복합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뉴TK' 리더는 과학 인재들을 양성하는 미래지향적 리더다. 경북고·경신고·능인고·대륜고·정화여고 등의 인재들이 의대에만 진학해선 안 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학부 학생 모집인원을 대폭 늘리고 학과도 증설해야 한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TK 지역에 미풍이기는 하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뉴TK' 리더들이 대거 진출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