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장악 실패·건강 이상설…'시황제' 리더십 흔들리나

중국 최대도시 상하이(上海)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신텐디(新天地)에는 중국공산당 창당대회를 개최한 기념관(中共一大會址)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꼭 들러야할 성지(聖地)인데, 인근에는 한국인들이 꼭 들르는 상해임시정부 옛 건물이 있어 필자도 상하이 특파원 시절 자주 방문하곤 했다.
◆시진핑의 중국, 어제와 오늘
중국공산당은 1921년 7월1일 창당했다.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코민테른의 지원 속에 천두수(陳獨秀) 등 13명의 급진적 지식인들이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의 한 사립학교 기숙사에서 창립대회를 가졌다. 그 중에는 젊은 마오쩌둥(毛澤東)도 있었다.
중국공산당은 대륙을 침략한 제국주의, 특히 일제에 맞서 싸우면서도 국민당과의 국공 내전을 벌이면서 세를 키워갔다. 고난의 대장정 끝에 국민당에 승리한 뒤 대륙을 장악한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1일 톈안먼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만방에 알렸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일종의 세대론으로 시기를 구분한다. 1세대는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한 창업세대, 그리고 덩샤오핑(鄧小平 2세대)→장쩌민(江澤民 3세대)→후진타오(胡錦濤 4세대)→시진핑(習近平 5세대)으로 이어진다.
1987년 덩샤오핑은 제13기 전국 대표대회(13차 당대회)에서 '3보(步) 발전목표'를 제시했다. 예기(禮記) '예운'편에 나오는 말로 온포(溫飽)→소강(小康)→대동(大同)사회로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사회주의에 유교를 접목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느껴진다.
◆중국공산당 '백년의 목표'
중국공산당은 '백년의 목표'를 중시한다.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에 중국인들의 민생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는 '소강사회'를 건설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 '대동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특히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는 시진핑이 제창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통치 철학과 '새로운 중국' 건설의 청사진으로 채택했는데 2049년을 즈음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패권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런 국가목표 건설을 위해 시진핑에 권력을 몰아줬다. 2018년 3월 헌법을 바꿔 '주석은 3회 연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시진핑 이전에는 다양한 세력들이 연합하고 견제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시진핑은 과거 황제에 버금가는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한 것이다.
필자가 상하이 특파원 시절 만난 중국 지식인들은 19세기 중국인들이 서구 제국주의의 먹잇감으로 당했던 수모의 역사를 종종 얘기하곤 했는데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중국인들은 마이클 필스버리의 표현대로 '100년의 마라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스버리는 미국의 저명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전략센터' 소장을 지냈는데, '100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Marathon)이라는 책을 펴낸바 있다.
그 부제가 바로.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슈퍼파워로 등장하려는 중국의 비밀전략(China's secret strategy to replace America as the global Superpower)'이다.
◆중국 도전에 맞선 미국의 전방위 공세
중국의 패권도전에 맞서 미국은 전방위 압박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제일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거칠게 다룬다.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아예 중국과는 무역을 하지 않을 기세로 초고율의 관세폭탄을 투하하는가 하면 국제무역망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뿌리채 흔들겠다는 것이다. 군사적 압박에 외교적 수단이 총동원되고 있다. 2년 뒤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인지 속도전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를 상대로 시진핑은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면서도 시간끌기로 맞서고 있다.
과연 미국의 공세를 시진핑은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까. 시진핑의 힘은 공산당에서 나온다.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공산당 당원수는 1억27만여명이었다. 그
런 당의 최정점에 서있는 시진핑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인가. 그런데 최근 국제사회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시진핑 주석이 조만간 실각할 것이라는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 "시진핑이 축출된다?" 확산되는 실각설
'시진핑 실각설'은 올초 일부 중화권 매체나 중국내 SNS 등을 통해 알려지고 국내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다. 그 내용은 최근 2년동안 중국군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숙청되고 군부 내 권력투쟁이 격화됐는데 시진핑이 군권 장악에 실패했다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도 제기했다. '시황제'로까지 일컬어지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중국 최고지도자가 실각한다면 이는 핵폭탄급 뉴스가 될 사안이다.
처음에는 루머로만 치부됐는데 지난해 시진핑이 임명한 전현직 국방부장 웨이펑허와 리상푸, 그리고 친강 외교부장이 잇따라 낙마하자 최근에는 주류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이슈가 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클린은 6월27일 SNS에서 "중국을 주시하는 사람들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구성원, 특히 대중과 국가안보 부처의 신뢰 상실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의 리더십 변화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군부 숙청작업을 주도했던 '허웨이둥·먀오화 라인'이 갑자기 무너진 것으로 알려지자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시진핑은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목상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시진핑이 공산당내 반대파와 협상해 본인이 물러나는 조건으로 자신의 측근인 딩쉐샹을 당 총서기에 올리고,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지지하는 천지닝을 국무원 총리에, 그리고 장여우샤가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국제사회는 3년 전인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시진핑 주석에게 뭔가 말을 하려다 강제 퇴장당한 장면을 기억한다. 후진타오는 중국 공산주의 청년당, 즉 공청단을 이끈 인물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반중국 평론가들은 후진타오 등 당 원로의 지지를 받는 장여유샤가 군을 장악했으며 오는 8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20기 4차 전체회의, 즉 4중 전회에서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과거 덩샤오핑 시대 이후 시진핑 직전까지 유지됐던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진핑 실각설 반대론도 만만찮아
반론도 있다. 시진핑 주석의 최근 동향을 보면 일단 시주석은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시 주석은 여전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이끌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여러 정상회담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자신의 권좌가 불안했다면 해외 순방 일정을 짜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사우스모닝포스트 등 홍콩의 유력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군부내 부패 세력 숙청을 지속하는 등 군권 장악에 이상이 없다고 분석했다.
시주석이 6월30일 당 총서기 자격으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당 중앙 의사결정 조정 기구 업무 조례'를 심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공산당 창당 104주년을 앞두고 자신의 당내 입지를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중국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는 최근호에서 시진핑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연설인 '신시대 청년들이 중국식 현대화 건설에서 가슴을 펴고 책임을 떠맡도록 격려하자'를 게재했다.
이는 시진핑의 건재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으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1차 당대회에서 시주석이 4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2049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겠다는 중국공산당의 장기목표를 생각해볼 때, 그리고 1억명이 넘는 공산당원들이 중국 대륙을 버티고 있는 한 중국의 분열과 다당제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 질서로의 급격한 체제의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물론 2049년까지 시진핑 주석이 중국을 이끌 지는 않을 것이다. 시진핑의 물리적 연령을 생각할 때 그의 권력기반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4연임이 시작되는 2027년이 고비일 것이다. '시황제'가 흔들리면 그를 대신할 '6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 '100년의 마라톤' 즉 중국의 꿈을 향해 내달릴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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