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지기' 했던 추경호 "李대통령 배드뱅크 정책 21가지 문제점 있어"

입력 2025-06-30 11:28:04 수정 2025-06-30 11:45:11

"세금으로 사적 채무 탕감 유례없어…국민 반대 여론도 높아"
정책 수혜 대상·자금 조달 계획 등 허점 지적
"李 대통령 국민에게 책임 있는 답변 내놔야"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출신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이 이재명 대통령의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배드뱅크)' 정책을 향해 21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배드뱅크 정책은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원 이하 대출을 80~100% 탕감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민 혈세로 사적 채무 탕감 유례없어...선례 만들어선 안돼"

추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통령표 배드뱅크 정책에는 21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전례 없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답변과 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우선 배드뱅크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성실 채무자의 박탈감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단순 '지원 실적'이 아닌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혈세로 사적 채무를 탕감하는 유례없는 방식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사적 금융 거래로 발생한 채무를 국가 재정으로 직접 탕감하는 유례없는 방식인 만큼, 선례가 만들어지면 앞으로도 정부에 '개인 채무도 세금으로 대신 갚아달라'는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며 "정책의 형평성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재정 건전성까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인데, 대통령과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정책이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지난 2014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진행한 '채무조정 등 서민금융 지원효과 연구'에 따르면 채무조정프로그램 시행 시 ▷개인회생·파산 제도를 통한 선별적 접근 ▷채무 원인에 따른 맞춤형 조정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장치 ▷경제적 자활 중심 평가 등이 제안됐으나, 여전히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채탕감 정책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도 높다. 추 의원은 "NBS가 6월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긍정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62%였지만, 부채탕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반대'가 59%, '찬성'은 37%에 불과했다"며 "이는 단순한 정책 반대가 아닌,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과 형평성 문제를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책 수혜 대상·자금 조달 계획 등 제도적 허점 다분"

추 의원은 정책의 수혜를 받는 대상도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성실히 빚을 갚았던 사람들, 하루 차이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채무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새출발기금 등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성실히 빚을 갚아온 이들은 채무조정 이력이 남지만, 이번 배드뱅크 탕감 대상은 기록조차 삭제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금 조달 계획도 문제삼았다. 그는 "총 8천억원이 필요한 배드뱅크 예산 중 절반인 4천억만 추경에 반영됐다. 나머지는 금융권에 조달하겠다는 방침인데 금융사의 반발은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며 "정부는 상법 개정안을 통해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민간 금융사에 공공 목적을 이유로 손실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편의적 이중잣대"라고 덧붙였다.

여러 제도적 허점도 지적했다. 추 의원은 "기준만 충족되면 도박, 사행성 소비, 주식·가상자산 투자 등 어떤 용도의 빚이든 무차별 탕감된다. 이미 과거에 원금 감면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대상이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이런 이력이 있는 대상은 제외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괄 매임 후 심사과정에서 채무자 상환능력이 양호해 대상이 안 되면 매입한 채권은 다시 환매할 것인가?"라며 "일괄 매입한 채무에 금융질서문란 정보가 등록된 채무자 등 신용회복지원에 포함되지 않는 대상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하며,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할 법적 근거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여러 번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정책은 사람이 아닌 채권 기준으로 일괄 매입해 한 사람이 다수의 채권을 쪼개어 가지고 있으면 더 많은 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모순이 생긴다"며 "관련 지적이 이어지자 일괄 매입 후 1인당 5천만원 한도 내로 조정해보겠다고 하는데, 정확한 환매 기준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공공기관이 내부거래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일괄 매입 대상 중 공공기관이 보유한 채권 8조 8천462억원 중 캠코가 보유한 채권이 4조 6천215억원으로 절반 수준인데, 그러면 캠코는 자신의 자회사에 5% 수준 가격으로 넘기고 이익을 취하게 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추 의원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장기소액연체자지원도 신청을 기반으로 지원구조를 구성했던 것이다. 정권 초에 설익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과잉 자영업 구조와 높은 폐업률, 재창업률 문제를 외면한 채 단순 채무탕감만 추진하면 자영업 생태계만 왜곡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