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욱진] 내년 지방선거, 벌써부터 파랗다

입력 2025-07-02 18:27:22 수정 2025-07-02 19:14:35

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은 여전히 선거가 진행 중이다. 취임과 동시에 지난달 영호남을 바쁘게 아우르며 지역 민심을 골고루 챙겼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까지 불참하면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현장 행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통령은 방문 지역의 오랜 현안에 대한 '해결사'로서 전면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광주를 찾아 '광주 군(軍) 공항의 무안군 이전'에 대해 "국가 단위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 전남, 광주, 무안,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에 지역 주민과 외부 전문가까지 해서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은 광주·전남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광주와 무안군, 전남도 사이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공항 이전 문제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다. 광주에 있는 공항이 무안으로 옮겨져 무안공항이 확장되면 호남 지역의 숙원 사업이기도 한 '서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 가능할 수 있다.

이미 이전지까지 정해지고도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아 계속해서 딜레이되는 대구경북신공항과는 비교가 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광주뿐만 아니라 지난달 20일에는 SK, 삼성SDS, LG, 카카오 등 기업 총수들을 대거 이끌고 울산에서 열린 7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 "첨단기술산업이 지방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는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연내에 마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부산을 전초기지로 정하고, 컨트롤타워를 맡을 해수부가 부산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의 본사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깜짝 선물'까지 발표했다.

이 같은 행보는 해수부 장관에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부산 정가의 반응이다. 부산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를 차기 부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란 얘기다.

최근 만난 여권의 한 인사는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크게 승리해야만 국정 운영 동력에 계속적인 힘이 실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의 재연을 위해 선거 1년 전부터 대통령까지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며 "'이 당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당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김 위원장이 그간 '보수 재건'을 부르짖었지만, 당 주류에 막혀 허우적댄 47일간의 한숨 소리로 들렸다.

이처럼 정권을 내주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국민의힘을 보고 있으면, 입법부·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거머쥔 여권이 내년 지방정부마저 독차지할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