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美中 제네바 합의, 긴장 완화 '메커니즘' 갖춘 것"

입력 2025-05-14 17:44:55 수정 2025-05-14 20:43:52

미국 재무장관 사우디 연설

스콧 베선트(왼쪽)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양자 회담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왼쪽)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양자 회담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출된 미·중 고위급 관세 인하 합의에 대해 미국 재무부 수장이 양국 간 갈등을 억제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 연설에서 최근 미·중 간 관세 완화 합의를 '제네바 메커니즘'으로 명명하며 "양국이 다시 갈등 국면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방지할 틀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10~11일 제네바에서 고위급 협의를 거쳐 상대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p)씩 인하하기로 한 합의 이후 처음으로 나온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공식 평가이다.

베선트 장관은 "과거엔 계획과 절차는 있었지만, 중국과의 관계에는 분쟁을 예방할 구조가 없었다"며 "이제는 그러한 장치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단순한 조치에 그치지 않고 향후 미·중 협상의 구체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은 공급망 디커플링에 대해 미국은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면적 분리는 미국의 전략이 아니며, 기술 주도권과 국가안보와 직결된 일부 핵심 산업에 한정된 대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와 의약품처럼 외부 의존도가 높고 자급이 어려운 분야는 예외로 삼아 생산시설을 본토로 이전하는 리쇼어링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경제의 균형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국이 협력한다면 중국 내수 확대와 미국 제품 수요 증가라는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 역시 이러한 소비 중심 경제 전환에 동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주요국과의 무역 논의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덧붙였다. 그는 "일본과는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했고, 한국은 정부 이양기임에도 구체적이고 유망한 제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대만 역시 매우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EU)과의 협상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회원국 간 의견 차이로 인해 집단적 결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결국 만족할 만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데는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일정과 맞물려 발표됐으며 글로벌 무역 재편 흐름 속에서 미국이 다자간 협상 전략을 조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