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제21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대구경북(TK)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모두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일제히 TK 지역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TK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알리며 'TK 구애(求愛)'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TK에서 윤석열 후보가 73.89%, 이재명 후보가 22.76%를 얻었다. 매일신문과 한길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12~13일 TK 거주 만 18세 이상 대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보면 변화의 조짐(兆朕)이 보인다. TK 시도민의 선호도는 김문수 후보 53.1%, 이재명 후보 30.9%, 이준석 후보 7.0%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향상된 성적을 보였다. 보수층 결집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 후보의 공약(公約)과 유세(遊說)를 보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잠재성장률을 1.98%로 제시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가 노동·자본·자원 등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을 의미한다. 저성장이 점점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세 후보가 일제히 10대 공약을 발표했지만 썩 끌리는 게 없다. 이재명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의 1호 공약은 '기업할 자유가 넘치는 나라, 일자리 창출로 활기찬 대한민국 경제 구현'이다. 법인세 및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노사 합의 기반의 주 52시간제 개선 등을 담았다.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를 맨 앞에 내세웠다.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도 약속했다.
모두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는 경제 상황에선 공허한 느낌만 든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과 자본, 자원 등이 모두 떨어지는데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 처방이 안 보이는 탓이다. AI 시대에 맞는 산업과 인프라 구축도 미흡하기만 하다.
TK 공약을 포함해 국가균형발전 공약도 감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의식과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TK 공약도 선거 때마다 보는 공약의 재탕이 많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와 지방 소멸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대안이 될 만한 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역 인재 유출(流出), 지역 산업 몰락(沒落) 등이 국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단이 국가 잠재성장률까지 잡아먹는 상황에 처했는데도 말이다.
세 후보의 공약이 채 20일도 남지 않은 21대 대선의 선거판을 좌우할 만큼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공약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세 후보는 모두 TK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재명 후보는 경북 안동, 김문수 후보는 영천이 고향이다. 이준석 후보는 본적이 대구다. 이재명 후보에게 TK의 한 표는 두 표나 다름없다. 김문수 후보는 수성(守城)이 급선무다. 세 후보는 말로만 TK 출신이라고 외치지 말고 진정으로 TK와 비수도권을 위하는 공약을 만들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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