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전투기 굉음은 매미 소리 같은 것이었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미보다 악질이지만. 아무튼 대구 동구에서 지금껏 살고 있고, 친할머니집은 K-2 군공항 바로 옆이었던 터라 소음은 일상이었다.
군 공항은 소음에서 비롯된 일상생활 불편과 이에 따른 피해 보상 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건축물 고도 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그렇기에 군 공항 이전을 한 축으로 하는 대구경북(TK)신공항 개항은 나를 포함한 많은 대구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이 외에도 여러 지역 숙원을 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 국정 과제에 성공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대구시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의 당정협의회가 지난달 26일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렸다. 시와 민주당 대구시당 간 당정협의회는 11년 만이다.
시에 따르면, 국정 과제 선정을 위한 시와 집권 여당 간 당정협의회는 직전 두 정부에선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구시장과 기조실장 등이 민주당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약에 관해 설명하고, 윤석열 정부 땐 대구시 행정국장을 파견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시의 의견을 조율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 나름대로 기대를 안고 진행된 이날 당정협의회는 모두 발언만 공개하고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당정은 협의회 후 주말 동안 조율을 거쳐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이는 취소됐다.
대신 당정은 보도 자료를 냈지만, 공약들과 대구 민생 분야 및 지역 내 현안들을 한 줄로 열거하며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고만 알릴 뿐이고, 각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향과 실행 방안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대구시당 측에 2차 협의회 일정을 물었으나 그 또한 언론플레이를 우려해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며, 날짜 또한 알려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각 사안에 대해 당정이 서로 어떤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지, 어떤 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러한 방안이 나왔는지 시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이를 알리고, 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은 정당한 여론 숙의 과정이지 '언론플레이'가 아닐 것이다.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협의회를 취재진에 공개하지 않는 것까진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고 해도, 협의회 후 백브리핑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협의들도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감시 없이 '깜깜이'로 진행된다면, 최종적으로 지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한 국정 과제 요구안이 나올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가뜩이나 굵직한 지역 사업들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구시장까지 공백이라 동력이 한풀 꺾인 상태다. 여기에 최근 이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연내 부산 이전 검토를 해수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하고, 광주 타운홀 미팅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주관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밝혀 올 동안 TK 관련으론 적극적인 언급이 없어 'TK 홀대론'이 현실화하는 게 아닐지 불안이 큰 만큼 소통에 더 적극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다.
나의 항의에 대구시는 공약에 대해서 조만간 모두 공개하고 협조를 얻을 계획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해 왔다. 여러모로 난국인 상황에 지치겠지만, 당정이 힘을 합쳐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길 바란다.
대구 시민들도 지쳐 있긴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최종 요구안마저 추상적인 한 줄 공약들로 채워져 있고, 시민을 대변하는 언론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질문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면 무력감마저 느낄 것이다.
귀를 막아도 뚫고 들어오는 전투기 굉음 앞에 무력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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