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이용호] 5월, 아주 특별한 감사(感謝)

입력 2025-05-13 19:59:49

이용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월은 '감사(感謝)의 달'로 불린다. 이 시기가 되면, 특별히 기억하고 감사드리고 싶은 사람을 떠올린다. 부모님, 선생님, 그 밖에도 수많은 고마운 분들이 바로 그들이다.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거나, 조용히 힘이 되어 준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부모님께 올리는 감사는 아주 특별하다. 그 감사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녹아 있다. 유행가 가사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 아버지'라는 단어만 듣고도 눈물을 훔치는 그런 감사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副應)하지 못한 죄스러움, 후회, 안타까움이 깃든 감사다. 그리고 때로는 지친 심신 속에서 우러나오는 애잔한 감사이기도 하다. 녹음이 짙어가는, 이 아름다운 5월에, 낳으시고 기르신 어머니와 아버지의 그 크나큰 사랑을 기억하며, 아주 특별한 감사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어떤 말기 암 환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전한 작별 인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되어 훌륭하게 성장해 준 점'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임종(臨終)을 맞이하였다는 이야기이다. 흔히들 자식은 '미운 세 살' 이전에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고 말한다. 통상적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경우란 많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세상사에 관한 지혜가 조금씩 쌓이면서, 앞의 아버지처럼 자식에게 감사해야 할 경우가 너무나도 많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해 주었고, 아버지의 역할을 깨닫도록 해 주었으며, 최고의 기쁨을 느끼도록 해 준 사람이 바로 자식이다.

흔히 자식 농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렇다. 왜냐하면 자식의 잠재력과 성향에 기초해서 농사를 짓지 않고, 부모의 바람과 기대에 따라 지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부모의 욕심일 뿐이다. 자식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식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자식을 향한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보면, 자식에게도 감사할 일이 넘쳐날 것이다.

언제부턴가 딸, 아들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소설가 조앤 롤링은 "실패가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그 삶 자체가 실패이다"라고 말했다. 자식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만 있다면, 꿈을 향해 도전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자식 농사를 짓는 것이다.

이처럼 통상의 감사에서 나아가, 자식에 대한 감사로까지 그 대상을 확장하다 보니, 세상에는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할 대상이 무궁무진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 세상은 그 기능을 멈출 것이다. 간병인, 구조대원, 군인, 경찰관, 교정직 공무원,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복지사, 소방관, 심야 택배 기사, 야간 근무 간호사, 요양보호사, 의료진, 의료폐기물 내지 위험물 처리 종사자, 자원봉사자, 장례지도사, 전쟁 내지 재난 지역 구호활동가, 지하 시설 근무자, 콜센터 상담원, 환경미화원 등등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감사를 올린다.

반면 시끄럽게 뉴스거리만을 제공하는, 전혀 감사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은, 거짓말만 잘하는 힘센 집단도 있다. 그들에게 언제쯤 감사하다고, 그리고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감사의 달 5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이 감사의 마음은 대한민국을 희망의 나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