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들이 '대선(大選) 후보 교체'를 막았다. 국민의힘이 10일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당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았다. 지도부가 밀어붙였던 대선 후보 교체가 당원들의 반대로 무산(霧散)된 것이다.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한 김 후보는 11일 오전 중앙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했다.
후보 교체 무산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 사이에서 한 후보 지지세가 김 후보보다 높았고, 김 후보는 단일화의 판을 깼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 지도부 주도로 후보 교체 절차는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됐다. 김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가 부당하다며 가처분(假處分)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모두 '후보 교체'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원들은 거수기(擧手機) 역할을 거부했다. 당 지도부는 10일 새벽 1시 김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곧이어 새로운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접수 시간은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 방식은 국회 본청 현장 접수였다. 군사작전처럼 속전속결로 이뤄진 김 후보의 후보 자격 취소와 한 후보의 당 후보 등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왔고, 당원들은 동요(動搖)했다. 하룻밤 새 후보가 바뀌는 소동을 겪었던 당원들은 '후보 교체'보다 당의 '정의와 공정'을 선택했다.
당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單一化)의 명분으로 줄곧 '당원의 명령'을 내세웠다. 물론 당원의 82.8%가 후보 단일화를 염원했다. 그렇지만 당원들은 정당성(正當性)을 잃은 강제적 단일화·후보 교체를 명령하지 않았다. 이번 투표에서 당원의 명령이 무엇인지 확인됐다. 당원들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정통 보수정당의 가치와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는 길이란 점을 당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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