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에 10억달러 투자금 당장 내라는 미국

입력 2025-02-24 18:28:24 수정 2025-02-24 20:18:58

美 상무장관, '패스트트랙 티켓' 가격 최소 10억달러 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부과에 관한 포고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는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곁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부과에 관한 포고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는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곁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상대로 '패스트트랙 티켓' 가격을 최소 10억달러에 제시하는 등 투자 종용에 나섰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직접 정책 지원과 규제 절차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단서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취임 선서식에 앞서 40여분간 진행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경제 사절단과의 면담에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 대미 투자 시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으로 관련 정책을 지원하고 규제 절차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날 면담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유정준 SK온 부회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장, 조석 HD현대 부회장, 주영준 한화퓨처프루프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면담에서는 사전에 요청한 바와 같이 조선과 에너지 등 6대 분야 협력 모델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다만, 러트닉 장관은 면담에서 대미 투자를 요청하고 투자에 따른 혜택을 설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경제 사절단은 면담에서 이미 지난 8년간 한국이 미국 제조업 등에 1천600억달러 이상 투자했고, 8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현금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과거와 다른 형식이며 투자 요청 규모 또한 불어난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형식의 인센티브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어 보인다"며 "미국에 10억달러 넘게 투자하는 것이 이득이 될지, 더 저렴하게 만들어 관세를 내는 것이 이득이 될지 따져봐야 할 문제에 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