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쟁점 '홍장원 메모'…헌재서도 "이해 안 가" [영상]

입력 2025-02-07 08:31:24 수정 2025-02-07 15:20:22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작성했다는 '체포 명단' 메모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신빙성 논란이 일고있다.

앞서 지난 12월 3일 홍 전 차장은 해당 메모와 관련해 계엄 선포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정치인 등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듣고 수첩에 받아 적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은 이 메모는 자기 보좌관이 옮겨 적은 것에 일부 내용을 자필로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 메모엔 체포 대상 명단과 함께 '검거 요청(위치 추적)' '축차(逐次)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 감금 조사' 같은 문구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 속 체포 대상자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됐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인 작년 12월 3일 오후 11시 6분쯤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한 직후 메모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 윤 대통령과의 비화폰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는 말을 들은 뒤, 윤 대통령 지시를 확인하고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고 여 전 사령관이 "체포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며 명단을 불러줘 수첩에 받아 적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4일 헌재에 출석한 홍 전 차장은 검찰에 제출한 메모가 재작성 됐다며 "(여 전 사령관이) 명단을 불러줬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며 "사무실에 와서 보니 내가 봐도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正書)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보좌관 글씨와 흘려 쓴 내 글씨가 섞여 있다"고 전했다. 메모에 적힌 체포 대상자 명단은 보좌관이 작성했고, 그 아래에 적힌 '검거 요청' 같은 문구는 자기가 추가로 적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처음 받아 적은 메모는 구겨서 버렸다고 증언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작년 12월 12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 메모와 관련해 "홍 전 차장이 여 사령관과 통화할 때 목소리를 크게 하니까 현장에서 보좌관이 받아 적은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그다음 날엔 "홍 전 차장이 쓴 메모를 나에게 줬다"며 "그(통화) 순간 작성한 수기 메모는 저거밖에 없다. 이 메모가 유일한 물증"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4일 헌재에서 "메모가 박 의원에게 넘어가면서 탄핵부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4일 탄핵 심판 변론에서 홍 전 차장 메모의 '검거 요청' 부분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놓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하자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은 "방첩사령관이 '위치 추적을 좀 도와주시오' 이렇게만 하면 되지 1·2조(체포 순서조)와 검거 뒤 방첩사 구금 시설 감금 등의 이야기를 굳이 왜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이후 지난 6일 여 전 사령관 변호인단도 입장문을 통해 "당시 1·2차 순차 검거 계획은 없었고 여 전 사령관은 국정원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런 요청을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이어 "방첩사에는 구금 시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경찰과 국회 봉쇄를 하고 있는데'라고 언급했다고 해 방첩사 요원이 국회에 나가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으나 방첩사 병력이 국회로 최초 출발한 시각은 12월 4일 0시 25분이고 평균 1시로 여 전 사령관이 2시간 후에 벌어질 일을 홍 전 차장에게 미리 말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향후 헌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메모의 작성 경위와 신빙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