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으로 중국 공습 이겨낸 신세계·쿠팡

입력 2025-01-27 11:30:00

쿠팡, 1인당 결제액 증가…SSG닷컴 13만원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들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들 모습. 연합뉴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난해 중국계 플랫폼의 거센 공세를 받았음에도 쿠팡과 신세계그룹 계열의 SSG닷컴 등 주요 기업들은 충성 고객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물가와 고금리 등 경기 악화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체적인 온라인 쇼핑 소비 규모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7일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지난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연간 신용카드 결제 추정액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약 35조3천726억원의 결제액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G마켓(4조9천599억원), 11번가(4조1천268억원), SSG닷컴(3조2천570억원), 컬리(1조6천841억원), 옥션(1조3천922억원), 알리익스프레스(1조3천517억원) 등 주요 6개 플랫폼의 합산 결제액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활성 이용자 수에서도 쿠팡의 압도적인 우위가 확인됐다. 쿠팡의 월평균 활성 이용자(MAU)는 약 3천96만명으로, 11번가(785만명), 알리익스프레스(663만명), 테무(586만명), G마켓(483만명) 등 다른 플랫폼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중국계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지난해 각각 월평균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68.8%, 428.7% 증가하며 3위와 4위에 올랐다.

중국계 이커머스는 이용자 급증에도 충성도 확보는 한계를 보였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이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초저가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의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플랫폼의 1인당 평균 결제 추정액은 각각 1만6천849원, 7천53원으로 주요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에 그쳤다. 1인당 평균 결제액은 특정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아직 충성 고객층을 공고히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세계그룹 계열의 SSG닷컴은 1인당 평균 결제액이 13만1천772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쿠팡이 9만5천166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SSG닷컴의 높은 1인당 결제액에 대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오프라인 계열사와의 연계 판매가 가능하고, 다양한 상품군을 한 플랫폼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점이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쿠팡 역시 월 회비를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인상한 와우 멤버십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수가 3.6%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대규모 회원 이탈 우려와 달리 충성 고객층을 유지한 셈이다.

다만, 지난해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1인당 결제 추정액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11번가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으며, SSG닷컴(-17%), 옥션(-7%), G마켓(-4%), 알리익스프레스(-3%) 등 주요 플랫폼 모두 하락했다. 반면 쿠팡은 유일하게 11%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감소세가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 그리고 지난해 티몬·위메프에서 발생한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등의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지출을 줄이며 이커머스 업계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마케팅으로 유입된 고객 중 일부는 서비스 품질에 실망해 재구매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플랫폼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