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도 거리 썰렁…주전부리로 점심 때우는 이들 늘어나
경북대 북문·칠곡3지구 상권도 저녁에 '한산'
"소상공인 위한 정책 지원 필요해"
"돈 안 쓰긴 대구사람이 더 하죠. 지금 기분 좋을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 17일 정오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인근 거리는 썰렁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평소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과 교동시장, 무궁화백화점을 찾는 고령층이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식사시간 때 꼭 줄을 서야만 했던 돼지국밥집 앞에도 인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교동시장 상인들은 제대로 된 식사 대신 컵라면과 땅콩 등 주전부리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시장에서 여성복을 파는 70대 김모 씨는 "안 그래도 올 연말은 예년에 비해 매출이 줄었는데 탄핵 이후에는 아예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탄핵되다 보니 대구 사람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생활비라도 줄이자 싶어 점심은 가볍게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을 고대하던 식당도 자연스레 손님이 줄었다. 인근 시장 상인들에게 백반을 배달하는 60대 장모 씨는 "점심시간이 다 지나갔는데 오늘 1만4천원밖에 못 벌었다. 두 그릇 판 게 전부"라며 "그래도 연말이면 저녁 장사라도 좀 됐었는데 요새는 다들 퇴근하고 집에 가기 바쁘다. 가게 문을 아예 닫을까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위축된 소비심리는 식당 내 밥상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동시장 인근의 한 베트남식당의 경우 쌀국수 한 그릇과 분짜, 반세오 등 곁들임 메뉴를 같이 먹는 걸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이날 따라 곁들임 메뉴를 함께 먹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30대 최모 씨는 "최근 곁들임 메뉴, 음료 매출 등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원인으로는 정치 불안이 직접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101.9에서 11월 중 95.8로 급락한 뒤 2017년 1월 93.3까지 떨어졌다. CCSI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하는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주류 등을 판매하며 주로 밤에 영업을 하는 곳들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최근 방문한 경북대북문 상권은 방학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리에 사람이 없었고, 대구 대표 동네 상권 중 한 곳인 칠곡3지구에는 저녁 시간 내내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식당도 있었다. 골목을 종횡무진하던 배달 오토바이도 드문드문 보이는 게 전부였다.
칠곡3지구에서 닭발집을 운영 중인 40대 최모 씨는 "송년모임은커녕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 마냥 거리에 사람이 없다"며 "전반적인 거리 자체가 다 조용해 연말 분위기를 도무지 못 느끼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영환 소상공인연합회 대구지회장은 "올해 연말 불경기가 심각하다는 건 모든 소상공인들이 뼛속까지 느끼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데다 각종 금융지원도 꽉 막혀 있다"며 "올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예산안이 삭감되면 피해가 더 커질 것 같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등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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