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 어디갔나" 겨울옷·난로 판매 저조

입력 2024-11-26 18:30:00 수정 2024-11-26 18:49:28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 조용…겨울옷 관심 뚝
주요 백화점 올 겨울 정기세일 매출 전년 대비 5~10% 줄어
난로 등 온열제품도 찾는 이 없어

26일 찾은 대구의 한 백화점. 매장 곳곳엔 겨울철을 맞아 두툼한 옷들이 전시돼있었지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박성현 기자
26일 찾은 대구의 한 백화점. 매장 곳곳엔 겨울철을 맞아 두툼한 옷들이 전시돼있었지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박성현 기자

26일 찾은 대구의 한 백화점. 삼삼오오 손님들이 몰려다니는 캐주얼 매장과 달리 패딩 등을 판매하는 아웃도어 매장에는 고요함이 맴돌았다. 매장 곳곳엔 겨울철을 맞아 두툼한 옷들이 전시돼 있었지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한 브랜드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매출이 20~30% 정도 급감했다. '역대급 한파'라는 말에 기대가 컸는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져야 옷을 사러 오는 사람이 늘어날 텐데 걱정이 크다. 아직까지는 옷을 사기보다 입어 보고만 가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예년에 비해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옷과 난로 등 겨울 특수제품들의 판매가 부진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기후 예측이 점차 힘들어지면서 재고품이 쌓이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올겨울 정기세일 기간 패션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5~10% 정도 줄어들었다. 대구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기대를 했던 것보다 줄어든 것은 맞다. 날씨뿐 아니라 소비가 침체된 영향도 있다"며 "12월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3개월 기상 전망'에 따르면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기온은 평년기온과 비슷하거나 높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보됐다. 당초 강한 추위가 올 것이라는 10월 발표와는 다른 전망이다. 내년 2월의 경우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50%에 달한다.

변덕스러운 기후 탓에 의류업계의 실적도 울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영업이익은 36%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코오롱인더스트리FnC도 영업이익이 각각 65.4%, 50% 급감했다. 늦가을 같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들은 4분기 실적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어려움을 겪는 건 난로 등 온열제품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다 보니 온열제품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었고, 미리 관련 제품을 준비해 둔 도매업체들은 고스란히 재고를 떠안게 됐다.

온열제품 판매업 관계자는 "춥다는 얘기에 열풍기 등을 미리 준비해뒀는데 열풍기는커녕 경북 상주에서는 곶감이 마르지 않는다고 선풍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상황"이라며 "재고를 두지 않고 최대한 소매업체에게 판매해야 우리도 이익이 남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 예측이 어려워져 피해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