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폐지 현실화?…"한국 전기차·배터리 美 의존도 줄여야"

입력 2024-11-17 18:00:00 수정 2024-11-17 20:25:31

로이터통신 "정권인수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계획 중"
미국 ZETA "IRA 폐지 시 미국 일자리 성장 해칠 것"
美 정책 의존도 높은 한국 배터리..."자구책 마련 나서야"

연합뉴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폐지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미국의 IRA 정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미국 제로배출교통협회 "IRA 폐지 철회 촉구"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 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해 예산을 절약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은 IRA에 근거해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의 제로배출교통협회(Zero Emission Transportation Association, ZETA)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IRA 폐지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IRA 세액공제가 전국적으로 엄청난 일자리 증가와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했다"며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간, 조지아와 같은 배터리 벨트(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있는 지역) 주에서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이러한 일자리를 가져오고 실제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가려면 그 목표와 일치된 '청정 차량 세금 공제' 같은 수요 신호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런 투자를 저하하고 미국의 일자리 성장을 해칠 것"이라며 제도 유지를 촉구했다. ZETA에는 한국 기업 LG를 비롯해 파나소닉,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과 루시드,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업체 EVgo, 미국의 전기회사 에디슨 등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미국 내 한국기업 자동차·배터리 공장 현황. 연합뉴스
미국 내 한국기업 자동차·배터리 공장 현황. 연합뉴스

◆전기차·배터리 업계 "美 의존 낮추고 경쟁력 키워야"

IRA가 폐지될 경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의존도가 컸던 국내 배터리업체 주요 3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AMPC는 배터리, 신재생 분야 기업이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 시에 품목별로 규정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배터리 기업의 경우 배터리 1㎾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4천483억원으로 이 중 AMPC 금액 4천660억원을 제외하면 177억원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SK온 역시 3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는데 AMPC 수혜 금액만 608억원에 달한다. 삼성SDI는 북미에 생산 기지가 없어 상대적으로 AMPC 수혜가 적었지만 이 혜택을 기대하고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공장을 현재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미국 정책 의존도를 낮추면서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IRA를 폐지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 업계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 축소 등에 대비해 원가 경쟁력 확보 등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 시행 이전부터 북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온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애주기 서비스(BaaS)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SK온은 캐즘 위기 극복과 자금 상황 개선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5천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 삼성SDI도 ESS 사업 확대를 위해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도입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