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성급했다…글로벌 선행지표 한국 반도체 수출 최고 기록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생산 현장 점검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반도체 강국' 한국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칩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한국의 9월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업계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호실적을 낸 데 이어 한국 수출입 통계에서도 견조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확인되면서 '반도체 겨울' 우려를 일정 부분 불식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36억달러를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6월 134억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뒤 7월 112억달러, 8월 119억달러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에 다시 강한 상승세를 회복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와 업계는 이처럼 반도체 수출액이 다시 강한 상승세를 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비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된 '반도체 겨울론'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의 호실적 후 비관론이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상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메모리 강국으로, 매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월간 수출입 통계를 발표한다.

첨단 제조 산업의 무역 동향을 가늠할 선행 지표인 한국의 수출입 통계에서도 메모리 중심의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확인되면서 부정적 전망이 잦아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9월 반도체 수출에는 글로벌 AI 투자, 신규 아이폰 출시 등 견조한 IT 기기 수요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87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0.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對)미 반도체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111.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17.8% 늘었다.

반도체 가격 상승 역시 반도체 수출액 증가를 견인했다. D램(DDR4 8Gb)과 낸드(128Gb) 고정가는 각각 작년 대비 31%, 14% 상승했다.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수출 역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기업용 수요 증가가 지속된 덕분에 크게 증가하고 있다.

9월 기준 SSD 수출액은 12억4천만달러로 작년보다 168.8% 급증했다. SSD가 포함된 컴퓨터의 지역별 수출 동향을 보면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미국(4억8천만달러), EU(1억2천만달러), 아세안(1억3천만달러) 등에서 수요가 높다.

한편, 한국이 9월까지 견조한 수출 성장세를 이어감에 따라 올해 역대 최대인 7천억달러 수출 목표를 제시한 정부는 역대 최대 수출 기록 경신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 연간 최대 수출 기록은 2022년의 6천836억달러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견조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한국의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수출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 데이터업체 CE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일 간 수출액 격차는 35억달러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