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기세 올리자, 트럼프 측 “상승세 곧 꺾일 것”

입력 2024-08-11 16:23:24 수정 2024-08-11 18:32:19

상대후보 조롱으로 역풍 자초·언론 조명도 빼앗겨
경합주 여론조사 앞서는 해리스 지지율 역전
트럼프 캠프 "여론조사 수치 뒤집힐 것"

이달 10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 몰린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 연합뉴스
이달 10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 몰린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세 등등하다. 조 바이든 후보의 사퇴로 긴급 등판한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피격 이후 당선 가능성을 한층 높였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이제 트럼프 후보 캠프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에는 지지율 면에서도 앞서며 승기를 잡은 듯 보였지만, 해리스 부통령으로 후보가 교체된 이후 급변한 상황에 맞춰 제대로 된 유효타를 날리지 못한 채 실수만 연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10여명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NYT, 해리스 후보 교체 후 트럼프 최악의 시간

NYT는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한 이후 3주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 기간 중 '최악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한 이후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어떤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공략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기에는 해리스 부통령을 '웃음이 헤픈(Laffin') 카멀라'라고 부르며 조롱했다가, '미쳤다'(crazy)고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웃음이 헤프다는 비하 발언은 오히려 인터넷상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변하면서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만 낳았다.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내놓은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자멸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하던 해리스 부통령이 갑자기 흑인으로 정체성을 바꿨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흑인 표심 결집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됐지만, 이후 흑인 무슬림 단체와 미국 최대 라틴계 단체 등이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하면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모양새다.

◆밴스 부통령 후보 역시 헛발질 계속

트럼프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 연방 상원의원의 과거 발언도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밴스 상원의원은 과거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 등을 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y)라고 겨냥했는데, 최근 이 발언이 다시 알려지면서 공들여오던 여성 유권자층에서 강한 역풍을 맞았다.

캠프 내에서 자책골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인 나탈리 하프는 카지노 재벌인 미리엄 애덜슨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분노섞인 문자를 날렸다. 애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수천만 달러를 기부해온 후원자 중 한명으로 이 일로 향후 기부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쟁자에게 언론의 주목도 빼앗겼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에 관한 기사를 더 많이 쏟아내고 있으며, 내용도 대부분 긍정적인 것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여론조사 추이도 뒤집히고 있다.

◆트럼프 캠프 "해리스 상승세 곧 꺾일 것"

NYT와 시에나대가 지난 5∼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3개 경합 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앞섰다.

하지만 이런 해리스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캠프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토니 파브리치오는 민주당이 전당대회 전까지 몇 주간 더 좋은 시간을 보내겠지만 이후 여론조사 수치가 뒤집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더 알게 되고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역할 등을 깨닫게 되면 지지율이 뒤집히리라는 것이다.

브라이언 휴스 트럼프 선거캠프 선임고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는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