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요원 박솔미 씨, "경기 탓에 여러 곳 통제"
경기 열리는 주요 명소 부근에는 접근 제한돼
파리 시민들도 거리 통제 탓에 불편함 호소해
"저….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답답하던 와중에 정말 반가운 우리말이다. 양궁 경기가 벌어지는 앵발리드에서 운영 요원으로 활동 중인 박솔미(30) 씨가 말을 건넸다. 지역의 프로야구단인 '삼성 라이온즈' 모자와 축구 클럽 '대구 FC' 티셔츠를 걸친 덕분인지 금세 한국인인 걸 알아봤단다.
마침 길이 막혀 푹품 한숨을 쉬던 차였다. 앵발리드에서 펜싱 경기가 벌어지는 그랑 팔레로 가기 위해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건너려는데 바리케이트 때문에 지나갈 수 없었다. 길을 막는 운영 요원에게 대회 조직위원회가 발급한 신분증 AD카드를 내밀어봐도 '노(NO)'라며 고개를 흔들 뿐이다.
파리 도심에서 올림픽을 열다 보니 곳곳이 통제되고 있다. 기자가 앵발리드에서 그랑 팔레로 갈 때처럼 주요 명소를 걸어 이동한 것도 현지 매체 등에서 다니기 불편하다는 말을 체감해보기 위해서였다. 마침 그 명소들은 경기가 열리는 곳들이기도 해 겸사겸사 옮겨 다녔다.
박 씨는 철인 3종 경기가 열리는 탓에 이 부근 거리 곳곳이 통제됐다고 했다. AD 카드가 있어도 쉽게 통과할 수 없단다. 마침 선수들이 뛰어 다리를 통과했고, 바리케이트 주변은 물론 나무 위와 주변 난간 등에 올라선 관람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다리를 찾아 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씨의 조언이었다.
길이야 그렇다 치고 어떻게 운영 요원으로 일하게 됐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교민이나 유학생도 아니라 하니 더 그랬다. 기자라 밝히고 몇 마디 물었다. 대전 출신이고 서울에서 일하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파리로 왔다는 게 박 씨의 소개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운영 요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때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남아 이번에도 하게 됐다"며 "이리저리 알아보다 참가 신청은 했는데 뽑힐 줄은 몰랐다. 엄마에게도 미처 알리지 못했다"고 웃었다.
낯선 곳에서 일하는 게 쉽진 않을 터. 영어를 하긴 해도 여긴 프랑스여서 뜻하는 만큼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박 씨를 찾는 통에 이야기를 더 하진 못했다. 미디어 접촉 규정상 사진은 찍을 수 없고, 말도 더 길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단다. 오히려 일하는 사람을 붙잡고 늘어진 기자가 더 미안하고 감사했다.
이동하기 불편한 곳은 여기뿐 아니다. 개선문에서 쭉 뻗은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면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는 콩코르드 광장이 나온다. 브레이킹, 3대3 농구 등이 열리기 때문에 광장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다. 여기서 센강으로 접근하려면 옆으로 빙 둘러가야 한다.
프랑스 당국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이동 통행증(QR 코드)을 발급했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전언이다. 지난달 18일부터 파리 중심가에 4만4천여 개의 장벽을 설치했는데 제때 QR 코드를 발급받지 못해 장벽 내 지역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 만난 교민 50대 교민 김모 씨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는 "헌병들이 지키고 있는 바리케이트가 참 낯설고 불편하다. 바리케이트 주변은 도로 정체가 심하고, 자전거나 보행자들은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지인 중엔 여러 번 시도 끝에 QR 코드를 겨우 발급받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함께 걷던 김씨의 부인은 "센강 주변 레스토랑과 카페는 영업에 지장이 적지 않다고 한다"며 "바리케이트 안쪽에 있는 곳은 예약한 손님들이 QR 코드를 받지 못해 예약을 취소하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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