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 세계적인 전승기념관 만들자

입력 2024-07-05 06:30:00 수정 2024-07-05 08:54:14

‘호국벨트’ 넘어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 ‘프리덤 벨트’ 성역화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전병용 기자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전병용 기자

올해 6·25전쟁 74주년을 맞았다.

74년 전 경북 칠곡군 일대는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밤낮으로 벌어진 전투에서 칠곡군 망정리 328고지는 15차례나 주인이 바뀌고 수많은 군인들과 학도병, 주민들이 희생됐다.

칠곡 '다부동'은 전쟁의 흐름을 뒤바꾼 전적지라는 역사적 명분을 갖고 있는 호국의 성지(聖地)이다. 거침 없이 남침을 계속하던 북한군 전력을 한 곳에 묶어두고 패퇴시킴으로써 인천상륙작전 등 전세를 뒤집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당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바로 다부동 전적기념관으로, 이 일대를 세계적인 전승 기념관으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부동은 대한민국을 구해 낸 호국의 산실이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자유 진영이 공산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인류의 자유를 지켜낸 곳이기도 하다.

경북도는 '워커라인'((낙동강 방어선)으로도 불리는 이곳을 대한민국의 '호국벨트'를 넘어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 '프리덤 벨트'로 성역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가칭)'UN(유엔) 전승기념관'(호국 메모리얼 파크) 등을 조성해 전쟁의 교훈을 일깨우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차별화된 호국보훈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들어선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매일신문 DB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들어선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매일신문 DB

◆자유민주주의 교육과 체험의 장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앞에는 국제연합(UN)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경북도는 다부동 일대를 16개국 6·25 참전국들의 전몰자 합동추모공간을 갖춘 UN 전승 기념관 건립의 최적지로 꼽는다.

6·25 전쟁 당시 대구 북방 22㎞지점에 위치한 다부동(현재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은 대구 방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술적 요충지로 통했다. 만약 다부동이 북한 수중에 들어갔다면 아군은 지형상 10㎞ 남쪽으로의 철수가 불가피했다. 대구가 적 지상화포의 사정권 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북한군은 다부동 일대에 증강된 3개 사단을 투입, 2만1천500명 가량의 병력과 전차 약 20대(후에 14대 증원) 및 화기 670문으로 필사적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반해 지역 방어를 담당한 국군 제1사단은 보충받은 학도병 500여명을 포함, 7천600여명의 병력과 172문의 화포만으로도 열세한 전투력을 극복하고 공산군의 이른바 8월 총공세를 저지했다.

낙동강 방어선(X선)을 구축한 1950년 8월 1일부터 315고지 전투가 벌어진 9월 12일까지 55일간 이어진 다부동 전투는 북한군 전력을 한 곳에 묶어두고 패퇴시킴으로써 인천상륙작전 등 전세를 뒤집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던 다부동 전적기념관 일대를 자유민주주의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직기념관 일대에 들어선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 매일신문 DB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직기념관 일대에 들어선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 매일신문 DB

◆다부동 전적기념관 일대 프리덤 벨트 성역화

"한 발짝이라도 더 밀리면 끝장이다.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6·25 전쟁 당시 최후의 저지선인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 북한군을 막아낸 영웅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의 말이다.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일대에 6·25 전쟁 영웅들의 동상과 위령비가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7월 5일 6·25 전쟁 당시 최후의 저지선인 낙동강 방어선에서 북한군을 막아낸 백선엽 장군 동상이 가장 먼저 세워졌다.

백 장군의 동상은 높이 4.2m, 너비 1.5m로 2분 정도 주기로 한 바퀴(360도)를 도는 회전형으로 제작됐다. "백 장군이 동서남북 사방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고 수호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제작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높이 160㎝의 '다부동전투 지게부대원 위령비'도 세워졌다. 다부동전투 당시 총탄을 뚫고 병사들에게 탄약과 연료, 식량 등 보급품 40㎏를 지게로 져나르고 전사자와 부상병을 호송해 준 지게 부대원들을 기리는 위령비이다. 당시 군인들의 '생명줄' 역할을 했던 그들을 국군은 '지게부대'로, 미군들은 'A-frame Army'라 불렀다. 다부동전투에서만 지게부대원 2천800명가량이 희생됐다.

같은 달 28일에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한 월턴 해리스 워커(1889~1950) 장군 흉상도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 세워졌다. 워커 장군은 6·25 당시 전 국토의 90%가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절체절명 위기에서 '워커 라인'을 구축해 북한군을 막아내고 인천상륙 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백 장군 동상 옆에는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1884~1972)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도 들어섰다.

경북도는 다부동전적기념관과 일대에 가칭 'UN전승기념관'(호국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UN전승기념관은 현재 16개 6·25 참전국들을 모두 포함하는 전몰자 합동추모공간을 두는 국제적인 안보 '앵커 시설'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참전 16개 국가별로 독립적 공간을 마련, 참전국 인사들의 필수 방문 코스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조성된다.

이와 더불어 ▷낙동강방어선 승전 기념 시설 ▷전몰희생자 추모를 위한 국립현충시설 ▷후세들을 위한 역사교육의 현장시설도 갖춰질 예정이다. 경북도는 내년부터 백선엽 장군 기념관 증축과 다부동 전투 스포츠센터, 피란 땅굴, 휴게 광장 등도 조성한다.

이에 더해 낙동강 방어선 거점마다 상징시설을 지속적으로 설치하는 국가보훈부 '낙동강 호국벨트화 사업 확대 계획'에 발맞춰 낙동강 방어선(칠곡~군위~영천~경주~포항~영덕) 주요 격전지의 호국보훈 시설을 연계하는 '경북 낙동강 호국평화벨트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칠곡군 다부동은 대한민국을 지켜낸 구국의 성지"라며 "국민들이 다부동에 와서 자유 대한민국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호국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백선엽 장군, 워커 장군, 위령비 등의 건립으로 칠곡군이 명실상부한 호국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호국 관련 인프라와 스토리를 모아 칠곡을 대한민국 호국의 성지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6·25 전쟁 당시 칠곡에서 벌어진 55일 간의 전투 기록〉
1. 낙동강 방어선 X선 구축(1950. 8.1~8. 4)-8월 1일 워커 미 제8군 사령관의 명령
2. 왜관철교 폭파(1950. 8. 3)-북한군의 남진 저지
3. 369고지 전투(1950. 8. 6~8.12)-낙동강을 건너온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
4. 금무봉 전투(1950. 8.9~8.10)-북한군의 기습과 포격으로 다수의 미군장병 사상
5. 낙동강 방어선 Y선 구축(1950. 8.13)-왜관과 다부동 중심으로 방어선 축소
6. 자고산 미군포로 학살 만행(1950. 8.13~8.17)-북한군 미군 포로 40여명 학살
7. 유학산 전투(1950. 8.13~8.23)-9회 백병전과 병력 1천여명 손실끝에 유학산 탈환
8. 328고지 전투(950. 8.13~8.24)-12일간 고지주인 15번 바뀌는 혈전 끝에 국군 승리
9. 수암산 전투(1950. 8.15~8.30)-막대한 병력손실을 입으며 북한군과 처절한 전투
10.유엔군 융단폭격 실시(1950. 8.16)-폭격기 98대 왜관일대 북한군 집결지에 960톤의 폭탄 투하
11.볼링앨리 전투(1950. 8.18~8.23)-신주막 계곡에서 6·25전쟁 최초의 전차전
12.가산산성 전투(1950. 8.18~8. 27)-가산산성 일대에 배치된 북한군을 섬멸함
13.가산전투(1950 .8.31~9. 4)-가산에서 남진북한군을 물리치고 방어진지 확보
14.팔공산 전투(1950. 9.5~9.14)-대구 점령위해 팔공산에서 공격하는 북한군 격퇴
15. 315고지 전투(1950. 9.11~9.12)-대구 북쪽 12㎞까지 진출한 북한군 격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