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관심은 국민의힘이 남은 상임위원장 7개 자리를 받느냐 여부다. 며칠 전 여당 한 의원에게 물었더니, 당내 의견이 '거의 반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법사위, 운영위 등 11개 자리를 일방적으로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줄 때 받으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그걸 덥석 받는다고? 좀 뜻밖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안 받을 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만만찮다고 했다.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로 짐작된다.
우선은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 프레임을 들고나오면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힘으로선 시간이 갈수록 '무책임한 여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1대 전반기 국회 때도 민주당이 상임위를 독차지했지만,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약자' 이미지로 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부각시킬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야가 뒤바뀌었다. 17일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6월 마지막 주를 원 구성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것은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원 구성을) 늦추는 것은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국회 공전 책임을 여당에 떠넘겼다.
또 하나는 "마땅히 다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지금도 주요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러면서 모든 상임위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여차하면 7개 자리도 가져가겠다는 야당을 상대로 원점 논의 가능성이 얼마나 현실성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현실적인 출구전략이 제시되기도 한다. 가령, 우선 7개 자리를 받고 법사위, 운영위 2개 중에 한 개라도 되돌려받는 선에서 딜을 본다면 최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법사위원장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으니, 여당은 대통령실을 관할하는 운영위원장이라도 되돌려받는 선에서 협상을 보자는 것이다. 무엇을 대가로 되돌려받을까?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여당의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4년 전과 판박이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을 법한데, 전략도 없고 투사도 없다. 종부세 폐지 같은 전통적인 보수 진영 이슈도 민주당에 오히려 선점당했다. 상임위 보이콧을 외치고는 의원총회만 반복했다. 전당대회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나오느냐 마느냐를 놓고 당내 세력이 갈려 주판알만 튕기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어떤가. 22대 개원 7일 만에 일방적으로 국회의장을 뽑더니 의회 독재 비난도 아랑곳없이 11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했다. 막무가내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 대북 송금 사건을 맡은 1심 판사에 대한 탄핵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언론학 박사 출신의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기자들을 향해 '애완견'이란 말도 아까운 '쓰레기'라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의 독주와 오만이 계속되면 민심의 역풍이 불 것이라는 게 여당의 기대인 듯하다. 정말 그럴까. 지금 여당은 수적 열세에 '용산발 리스크'로 4년 전보다 불리한 형국이다. 감나무 아래 감 떨어지듯, 기다리면 민심이 알아서 돌아설까. 지금 야당의 의회 폭주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은 더욱 결기 있고 강단 있는 여당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민심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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