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진일보한 ‘소통’ 의지 보였다

입력 2024-05-10 05:00:00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해병대원 사건 특검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이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 특검을 하겠다"고 했다. 또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논란에 대해서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에 대해서는 정치적 공세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과 향후 대처안을 담았고, 연금 개혁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채 상병 사건과 관련, 현재로서는 특검을 반대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 후에도 '봐주기 의혹이 있다'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면 대통령 본인이 '먼저 특검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한다. 김건희 여사 논란과 관련,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쓴 것 역시 불거진 의혹과 국민적 우려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진정성을 담아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은 현재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채 상병 사건은 수사기관의 수사 후에도 의문점이 남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면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추진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경찰과 검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존재함에도 정치권과 관련된 사안마다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권을 갖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특검의 본질과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정치 공세를 펴겠다는 노림수가 아니라면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2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해 정부로 이송한 상태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불통 이미지를 고착화하려는 정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고 혹평했다.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사과, 채 상병 특검 수용,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수용 등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따라 주지 않는다고 '국정 기조 쇄신 의지가 없다' '국민 기대를 저버렸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도 아닌 지금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차라리 그 돈 13조원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이 지원하거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일회성 지원으로 민생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세상에 그보다 쉬운 경제 정책이 어디에 있겠는가. 가뜩이나 뛰는 물가에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억누르는 와중에 13조원을 푸는 게 말이 되나. 민주당은 지금 민생을 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찍으면 돈을 준다'는 인식을 심어 주려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민생 경제 회복 효과가 불투명한 사안을 이렇게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 연금 개혁안이 확정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무산되면서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 정부도 정치적 부담이 큰 연금 개혁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결론을 내야 한다. 연금 개혁 문제를 해결한다면 윤 정부는 욕을 먹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책임을 수행한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