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총선 참패 요인은? 현직 대통령 부정적 이미지+중도층 설득 실패

입력 2024-04-14 17:49:24

중도성향 유권자 판세 가르는 수도권과 충청에서 참패,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의 선전으로 겨우 개헌저지선 확보

[그래픽]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국회 의석 300석 가운데 36%인 108석.

여당인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위성정당 소속 의원까지 합쳐서 거둔 이번 총선 성적표다. 앞서 4년 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103석(비례위성정당 의석 포함)을 얻었다.

여당의 참패로 야권에 무려 192석이 돌아갔다.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은 겨우 지켰지만 내달 말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22대 국회도 극단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으로 운용된다.

정치권에선 현직 대통령의 비호감 이미지와 중도확장 실패가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핵심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22년 3월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48.5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5월 취임 후 다음날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무려 12곳에서 단체장을 배출했다.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도 145명에 달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출 위한 정당투표에서도 여당은 4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에서도 승리해 국정운영 동력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여권의 기대는 이번 총선 참패로 물거품이 됐다.

여권에선 대통령실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엔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오는 총선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면 윤석열표 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총선 참패로 더욱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임기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했고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지지층으로 끌어오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분석한다.

리얼미터는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7.3%를 기록(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했다고 밝혔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일 수밖에 없는 총선 투표일 직전 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대통령선거 당시보다 10%p나 낮게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유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국정지지율이 여당 총선 후보 득표율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엔 영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총선에 임박해 터진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등의 악재를 털어내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여당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이 분포된 경기도에서의 참패다. 국민의힘은 60개 의석이 걸린 '경기도리그'에서 6석(10%)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53개 의석은 더불어민주당이, 1개 의석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차지했다.

또한 중원에서의 전례 없는 참패도 전체 성적에 영향을 끼쳤다. 국민의힘은 대전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충남과 충북에서 각각 3석을 얻은 것이 전부였다.

여당 관계자는 "122석이 걸린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여당 후보 19명을 당선시키는데 그쳤다"면서 "최대 표밭에서 이런 성적을 거두고 참패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에서는 그나마 선전했다. 보수의 본류로 평가받는 대구경북에선 25개 지역구 전석을 싹쓸이했다. 부산에서도 18개 선거구 가운데 17곳에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경남에서도 16개 선거구 가운데 13곳에서 이겼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이 전통적인 텃밭에서는 선전을 기록한 반면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결과를 가른 수도권과 중원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지지층 결집보다는 중도성향 유권자를 끌어안는데 더 공을 들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진영에선 현 여당이 두 차례 연속 100석대 초반 의석을 차지하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참패'에 무뎌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집권당이 총선에서 원내의석 30%대 의석을 차지한 참담한 성적에도 자기혁신보다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