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선거구제에 참패했다…민의 왜곡 경계해야

입력 2024-04-14 17:08:50 수정 2024-04-14 17:19:22

[그래픽]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패한 핵심 원인으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지목되고 있다. 전국에서 45.1%를 득표하고도 90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 건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 개혁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민의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득표차는 5.4%p, 의석차는 두 배 가까이

이번 총선 254개 지역구의 정당별 득표율을 합산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50.5%, 국민의힘은 45.1%를 얻어 5.4%포인트(p) 격차가 났다. 하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161석(63.2%), 국민의힘 90석(35.4%)으로 두 배 가까이(71석 차) 차이가 났다.

총선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의 경우 양당의 득표율 격차는 5.9%p였지만, 전체 48석 중 37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다. 경기에서도 득표율 차이는 11.8%p였는데, 전체 60석 중 53석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이처럼 득표율과 의석수의 괴리가 발생한 건 소선거구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승자독식제라고도 불리는 소선거구제에서 유권자는 후보자 1명에게 투표해 최다 득표자 1인만 당선되고, 2등 이하 나머지 득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된다.

특히 소선거구제는 전체 122석의 수도권이 하나의 선거구처럼 움직이는 '수도권 동질화' 현상과 맞물려 민주당의 독식과 국민의힘의 참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양당의 득표율 격차는 8.4%p였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84석으로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한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화두를 꺼냈지만, 결국 국민의힘은 소선거구제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소선거구제의 혜택을 입은 민주당 등 야권에서 오히려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 중심에는 평균 30% 내외를 득표함에도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는 TK 민주당이 있었지만 여야 극심한 정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대구경북(P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에서 독식한 후 수도권과 충청에서 선방하면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과거 승리 공식에만 의존한 것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지적한다.

◆ 소선거구제의 민심 왜곡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소선거구제에 따른 민심의 왜곡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범야권이 192석을 얻은 것은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인해 해당 민의가 과다 대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소선거구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101석)을 확보해 준 국민의 의사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일대 특임교수인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범야권에게도 다수 의석을 줬지만,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거부권을 남겨줬다. 즉 범야권에게 대통령을 굴복시킨다거나 개인적 화풀이를 하라는 의미는 전혀 아닌 것"이라며 "특히 TK, PK 등 영남권에선 정권 심판 바람이 불지 않았다. 대통령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민심이 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었던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은 50.5%는 정부여당에 경고음을 보냈지만, 국민의힘에 투표한 45.1%는 윤석열 정부의 지난 성과를 인정하고 향후 국정운영에 지지 의사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 탈원전 정책 폐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 다수 국민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에 임박해 대파 논란이 불거지며 현 정권의 성과들이 모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전혀 부각되지 못한 점이 분명히 있다"며 "당연히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한 50.5% 국민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을 찍은 45.1%의 목소리에 정치권이 귀를 닫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