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11>2020 VS 2024 총선 “달라진 게 없어! 8년 동안 진보 189석의 나라”

입력 2024-04-11 20:17:15 수정 2024-04-11 23:16:15

국힘 100석 남짓 원내 2당, 이 나라 서쪽 시민에게 버림받아
“문재인 때가 차리리 낫다”, 더 힘들어진 살림살이에 분노 투표
수도권 광풍(정권심판) 속에 살아남은 19인의 국힘 전사(戰士)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아틀라스 클라우드'(리안 감독의 영화, 불교의 윤회사상 기반)
2024 총선 전국의 정당별 당선인 분포. 언뜻봐도 이 나라를 반으로 딱 갈라,
2024 총선 전국의 정당별 당선인 분포. 언뜻봐도 이 나라를 반으로 딱 갈라, '서쪽은 야당 VS 동쪽은 여당'. 연합뉴스

"103석(2020)에서 108석(2024)으로 5석 늘었네요."

4·10 총선 결과를 보고, 남성 듀오 '터보'의 히트곡 '선택'의 가사 한 대목이 문득 떠오른다. ♬(4년 전과 비교해) 달라질 게 없어. 너는 그저 2당일 뿐이었어. 하지만 이미 초라한 내 모습이 싫었어.♬

국민의힘은 또다시 100석 남짓한 원내 2당으로 전락했다. 4년 전 총선과 판박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지역구 84석, 비례대표 19석을 합쳐 103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는 6석이 늘어난 반면 비례는 1석이 줄어 108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일 때도 대승, 야당이 되어서도 축배를 들었다. 우리 나라는 앞으로 4년을 포함해 8년을 '진보성향 189석의 나라'에 살아야 한다. 4년 전에는 지역구 비례를 합쳐 180석에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의 우군 정당을 뒀다. 이번에는 단독으로 175석에 조국혁신당 12석, 새로운 미래 1석, 진보당 1석이 힘을 보탤 태세다.

이번 총선에서 대파(물가의 상징)로 집권여당을 대파(大破)한 더불어민주당. 총선 결과 단독 과반을 훌쩍 넘는 175석을 확보했다. 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대파(물가의 상징)로 집권여당을 대파(大破)한 더불어민주당. 총선 결과 단독 과반을 훌쩍 넘는 175석을 확보했다. 연합뉴스

◆"살림살이 개판입니다", 정권심판론에 참패

국민들은 범죄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막말(김준혁 당선인), 불법(양문석 당선인)에 대한 심판보다는 역시나 먹고 사는 문제(민생)에 더 엄중한 회초리를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친구는 총선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솔직히 윤석열 정권 들어, 더 힘들어. 월급과 세금은 그대로인데 물가 오르지, 집값 떨어지지. 나라 경제가 이렇게 어려우면, 그 정권이 무능한 거 아니냐고." 이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에도 흉년이 들면 백성들이 왕을 탓하지 않았던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 딱 "흉년이 계속되는 시기의 왕"인 셈이다.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계속되는데, 잘잘못(이재명·조국 사법리스크)을 가리자고 하고, 문재인 전 정권만 탓하는 것은 무책임과 무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뿔난 민심은 사실상 경제 탓이 크다.

여당 입장에서는 총선 직전 야당 김준혁 후보의 앞뒤없는 저질 막말(이대생 성상납, 박정희 위안부 성접대 등)과 양문석 후보의 대구 수성새마을금고 불법대출(강남의 비싼 아파트 사려고 사업자 용도로 11억원을 빌림) 등은 선거판에 큰 호재임에도 살림살이가 궁핍해진 국민들의 분노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정부는 어설프게 의대 증원을 발표하고, 의사들과 등을 진 것도 여당의 선거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구 출신의 이주호 교육부장관(사회부총리)도 자식들을 의대에 보내고픈 학부모들이 환영할 것이라는 생각(의대생 늘리면 인기 올라갈 것)에, 정말 제대로 된 참모 역할을 한 건지 의구심이 든다.

상대는 선거를 공학적(계산적)으로 접근하는 집요하면서도, 캠페인(대국민 홍보(선동))에 강한 정당이다. 그러니 선거기간 내내 호재는 살리지 못하고, 악재만 쌓여갔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대파(물가 또는 경제의 상징 식재료)에 대파(大破)당한 집권당이다."

정권심판론 속에서 서울 강북지역에 외로운 독도처럼 빨간 섬(국힘)을 만든 김재섭 당선인(도봉갑)이 당선 축하 꽃다발들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심판론 속에서 서울 강북지역에 외로운 독도처럼 빨간 섬(국힘)을 만든 김재섭 당선인(도봉갑)이 당선 축하 꽃다발들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달라진 게 있어!" 수도권 국힘 19인의 전사(戰士)

4년 전과 또 올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국민의힘이 큰 틀에서 보면, 참패를 당했지만 내용면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을 만한 것은 2천500만 수도권 유권자들의 정권심판론 속에서 살아남은 19인이다.

서울에서는 11명이나 당선됐다. 4년 전에 비해 3석이 늘어났다. 특히 한강벨트에서 3석을 사수한 나경원(동작을)-권영세(용산)-조정훈(마포갑) 3인의 당선인과 강북에서 독도처럼 외로운 빨간 섬(도봉갑)을 만든 김재섭 당선인은 '진흙밭 조개 속에 진주'같은 존재들이다.

경기도에서도 고군분투한 안철수(분당갑)-김은혜(분당을) 당선인 역시 출구조사의 열세를 뚫고, 실제 개표결과 반전의 승리를 안겨줬다. 경기도 6석 중에 나머지 4석은 전부 동쪽 경계에 위치한 지역구 4개를 쓸어담았다.

인천 역시 파란색 광풍이 거센 가운데 윤상현(동구미추홀을)-배준영(중구강화군옹진군) 당선인이 전체 14석 중에 반짝반짝 빛나는 붉은 별이 됐다. 윤-배 두 당선인은 각자 지역구에서 개인 역량(자질과 인품, 지역구민과의 접촉량)으로 난파선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살아남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낙동강 방어선 철통방어 역시 국힘의 개헌저지선 확보(100석)에 교두보가 됐다. 부산은 18개 지역구 중에서 17곳을 빨간색으로 물들였고, 경남 역시 16곳 중에서 13석을 지켜냈다. 울산도 6석 중에 4석을 차지했다. 영남권 전체로 보자면 대구경북(TK) 25석 싹쓸이와 함께, 65석 중에 단 6곳(더불어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제외한 59석을 사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