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언론인(독일 전문가·전 경기대 교수)
대한민국은 보릿고개에서 2차 산업혁명인 한강의 기적을, 벌거벗은 민둥산에서 푸른숲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는 60년 전인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방문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으로부터 홀대를 받은 박 대통령은 이듬해 독일 비행기를 빌려 타고 당시 서독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을 만나 약 1억5천만 마르크 차관을 얻었다.
또 약 1만8천여명의 우리 간호사·광부가 막장에서 번 돈 약 2억 달러를 경제발전의 종자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속도로 및 제철소 건설 등 우리 산업화가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의 산림녹화 성공에 큰 감명을 받았다. 1973년 '산림녹화 10주년'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식목과 숲 보호에 들어갔다. 당시 산림 전문인력과 기술이 부족했고, 독일은 20년 동안 우리에게 전문인력과 기술을 제공했다. 우리는 푸른숲의 기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전문가들은 아직 '반쪽의 성공'이라고 지적한다. 산림 최강국 독일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한국의 연간 목재생산량은 420만㎡로, 독일(6천803만㎡)의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의 63%가 산인 한국이 국토의 32%가 산인 독일과 비교해 숲 활용 측면에서 크게 뒤떨어진다.
독일에서는 우리처럼 빈번하게 산불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유는 숲 가꾸기를 잘했고, 산불예방 시민의식이 발전했고, 산불이 나더라도 숲길(임도)이 잘 개척돼 초기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숲길은 ha당 54.4m인데 비해 한국은 3.97m에 불과하다. 숲길이 부족하다 보니 산불 진화에 고충이 따른다.
우리 환경단체가 숲길 조성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독일 바이에른 산림청의 보르헤르트 박사는 "독일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벌채는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숲 가꾸기와 숲길 조성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난화에 따른 폭염, 폭우가 산불 혹은 산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숲의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가치를 골고루 고려한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목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선이지만 우리는 약 13.9%에 불과하다.
독일 연방정부 임업부 경우 '숲전략 2050'에서 산에 '풍력단지' 를 조성하는 방안도 권장하고 있다. 독일보다 더 넓은 산지를 보유한 한국 역시 풍력단지 조성을 검토할 수 있다.
우리도 목재 신재생에너지 활용, 풍력단지 조성 등 산을 통한 경제적 가치 극대화에 나설 시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산림 대전환'을 언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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