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일본 유학시기, "민족문제에 대한 심각한 번뇌 출발점"

입력 2023-11-23 10:24:18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직후 9개월 유학 생활
김지섭 폭탄투거 등 식민시대 암울한 시대적 현실
'아나키즘' 운동 가담, 민족문제 번뇌 경험 출발점

이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생활은 1년여 남짓으로 짧다. 이 기간 동안 3개의 학교에서 수학했다. 사진은 육사문학제 참가단들이 선생이 수학했던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일본 도쿄에서 엄재진 기자
이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생활은 1년여 남짓으로 짧다. 이 기간 동안 3개의 학교에서 수학했다. 사진은 육사문학제 참가단들이 선생이 수학했던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일본 도쿄에서 엄재진 기자

이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 기간은 9개월에서 1년여 남짓 된다.

도쿄 일대 몰아친 관동대지진 직후부터 시작된 짧은 유학 생활 동안 육사는 학업에만 전념하지 못할 만큼 일제 식민시대 암울한 시대적 현실과 청년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시기였다.

육사가 유학했던 학교는 도쿄쇼우소쿠예비교와 니혼대학 문과 전문부를 다니다가 병으로 퇴학했다는 일제 경찰 기록과 도쿄 간다구 킨죠우고등예비학교에 입학해 1년간 재학했다는 진술도 있다.

도쿄쇼우소쿠영어학교와 킨죠우고등예비학교는 조선 청년들이 도쿄 유학 때 거치는 학교였다. 의열투쟁에 빛나는 문경 출신 박열, 민족변호사로 이름 떨친 이인 등이 도쿄쇼우소쿠영어학교를 다녔다.

육사의 유학 생활은 같은 안동 출신인 김지섭이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원혼을 달래고, 원수를 갚으려고 의열단을 대표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왕궁의 니쥬바시(二重橋) 폭탄 투척 거사를 결행했던 직후였다.

이 같은 유학 생활 현실로 육사가 아나키즘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본 노동운동가 김태엽은 육사가 아나키스트 모임인 '흑우회' 회원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육사가 유학 생활 동안 아나키즘에 발을 들여 놓았다면 이때가 민족문제에 대한 번뇌를 시작한 출발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생활은 1년여 남짓으로 짧다. 이 기간 동안 3개의 학교에서 수학했다. 사진은 육사문학제 참가단들이 선생이 수학했던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일본 도쿄에서 엄재진 기자
이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생활은 1년여 남짓으로 짧다. 이 기간 동안 3개의 학교에서 수학했다. 사진은 육사문학제 참가단들이 선생이 수학했던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일본 도쿄에서 엄재진 기자

육사의 일본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공간이 일본 도쿄 치요다구에 있는 히비야 공원과 히비야 공화당이다.

히비야 공화당은 1930~1940년대 음악 예능, 언론, 교육 등 이벤트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당시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통해 자신을 알렸다. 또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초기에는 정치적 집회가 많이 열린 곳이다.

이육사 선생은 1937년 봄 '창공' 창간호 기사를 쓰려고 일본 도쿄를 다시 찾았다. 당시 창공 편집인으로부터 조선의 무용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육사는 히비야 공원에서 무용계의 신예로 떠오르던 박외선을 인터뷰해 창공 창간호에 '무희의 봄을 찾아서-박외선 양 방문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육사는 박외선을 본 느낌에 대해 '이 작은 아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는 행복된 아씨로구나 하고 속으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유쾌했다'고 적었다.

당시 박외선은 "무용과 일반예술에서 제일 관계가 깊은 것은 시(詩)"라고 말했다. 이에 육사는 '박외선의 무용은 공간에 그리는 깨끗한 환상의 시'라 덧붙였다.

육사는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봄비가 내리는 도쿄 히비야 공화당에서 박외선이 출연하는 '포도'와 '카네이션' 공연을 보았다.

장문석 경희대 교수는 "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 기간은 1년 남짓 짧았다. 관동대지진 이후여서 어수선한 시대상황으로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며 "다만 일본 유학생들의 정치 상황이나 식민시대의 고뇌 등으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고 밝혔다.

이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생활은 1년여 남짓으로 짧다. 이 기간 동안 3개의 학교에서 수학했다. 사진은 육사문학제 참가단들이 선생이 수학했던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일본 도쿄에서 엄재진 기자
이육사 선생의 일본 유학생활은 1년여 남짓으로 짧다. 이 기간 동안 3개의 학교에서 수학했다. 사진은 육사문학제 참가단들이 선생이 수학했던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일본 도쿄에서 엄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