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의 갈림길에서 기사회생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향후 친명 체제를 더욱 공고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총선은 지난해 대선에 이어 '윤석열 대 이재명' 2라운드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26일) 9시간가량 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대표는 영장 기각과 함께 단식 투쟁 회복을 위해 머물고 있는 녹색병원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구치소를 나오며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 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당내 반란표로 인해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며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날 '구속 수감'이라는 벼랑 끝에서 생환하는 데 성공하며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친명계 중심의 당 장악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날 영장 인용을 전제로 논의됐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포스트 이재명 체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쇄신을 요구하는 비명계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질 전망이다.
이 대표에 대한 구심력이 회복되면서 내년 4월 실시되는 22대 총선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의 2라운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가 손상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비명계를 대상으로 피의 숙청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공천권을 더욱 강하게 움켜쥘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체제가 강조하는 당정일체를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총선의 얼굴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여기에 영장 기각에 따른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윤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보수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당장의 구속을 면한 것일 뿐, 향후 검찰 기소와 재판을 통해 사법리스크는 계속된다는 점에서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원도 이날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소명됐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의 전통적 지지층이 각각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쏠리는 한편 중도층의 규모는 전례 없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의 재판이 될 내년 총선에선 혁신을 통해 이들 무당층의 표심을 사로잡아야 승리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나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정부는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