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수밭골천 늦반딧불이 서식지…서식지 단편화 진행
지자체 보전대책은 수립했지만…"1년 이상 연기"
가뜩이나 찾아보기 어려운 도시 속 반딧불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대구 도심 유일한 늦반딧불이 집단 서식지인 달서구 수밭골천 일대가 개발행위 등으로 서식지로서의 생태적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탓이다.
20일 달서구청에 따르면 수밭골천 일대를 조사한 결과 올해 관찰된 늦반딧불이 일일 최다 개체 수는 28개체였다. 구청은 2021년부터 반딧불이 보전 활동의 하나로 이 조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2021년과 지난해에는 일일 최다 기준으로 각각 30개체, 42개체로 확인됐다.
늦반딧불이는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데, 해가 지는 오후 7시부터 나타나 빛을 뿜어내다 8시쯤 사라진다. 점멸식으로 빛을 내는 애반딧불이나 운문산반딧불이와 달리 상시로 노란색 또는 초록색 불빛을 띠고, 몸집이 큰 게 특징이다. 이러한 늦반딧불이는 지난 2014년 수밭골천 일대에 서식이 확인된 이후로 꾸준히 관찰된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딧불이가 출현하고는 있지만, 생존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하천 상류에는 경작지가 확대되면서 방제 작업이 이어지고 있고, 하류에는 월광수변공원을 위시한 식당가가 강렬한 빛을 뿜어낸다. 인공조명은 반딧불이의 짝짓기를 방해해 개체 수를 줄이는 천적이다. 결국 늦반딧불이는 경작지와 조명 사이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식지가 조각나고 면적이 좁아지는 현상을 '서식지 단편화'라고 부른다.
서식지 단편화는 필연적으로 개체 수 감소를 부른다. 교내 과학동아리 '바요필'과 함께 10여 년간 수밭골천 일대의 반딧불이를 연구해 온 조민호 영남고 교사는 "최근 몇 년간 반딧불이의 출현 장소가 하천 상류에서 민가와 가까운 하류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빛에 예민한 반딧불이가 오히려 민가에 가까이 서식한다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이는 상류를 주변으로 분포한 농경지에서 농막 설치나 농약 사용 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식 공간이 사라지면 개체 수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할 지자체는 대책을 수립했지만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달서구청은 지난 2021년 반딧불이류 서식지 보전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했다. 내년까지 수밭골천 유휴부지에 생태 웅덩이와 은신처 등 반딧불이 서식처를 조성하는 게 골자인데, 이 계획은 최소 1년 이상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반딧불이 서식지 사업은 단독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구청이 추진하는 소하천정비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연계하기로 했다. 소하천정비사업를 위한 사유지 매입에 시간이 걸려 반딧불이 서식지 조성도 연기가 불가피하다"며 "2024년까지 보상을 끝내고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