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민지(MZ)] 카페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메이크'(MAKE)

입력 2023-08-18 13:30:00 수정 2023-08-18 19:29:29

낮에는 커피, 밤에는 술·안주…음식과 문화 한꺼번에 담기는 공간 목표

대구 중구 동인동에 있는 카페
대구 중구 동인동에 있는 카페 '메이크'(MAKE)의 외부. 이화섭 기자.

"카페는 어디까지 독특하고 개성적일 수 있을까?"

요즘 많은 카페들이 가진 화두는 손님에게 눈에 띌 만한 독특함과 개성을 획득하고 알리는 방법인 듯하다. 이미 커피나 곁들이는 베이커리와 관련된 부분은 어느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는 카페들은 상향 평준화된 상태다. 그렇다보니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손님들을 끌 만한 '지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에 맞춰져 있다. 대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카페 '메이크'는 이러한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 말할 수 있다.

◆ 주택가 안에 무심한 듯 놓인 회색 건물

'메이크'는 여러모로 독특한 카페다. 일단 위치가 대구 중구이기는 하지만 흔히 '시내'라고 말하는 동성로에서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다. 젊은 층들이 요즘 많이 가는 교동 인근, 삼덕동 경대병원 인근과는 가깝지만 아직 동인동은 주택가의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회색빛 건물과 30대 가량의 주차공간이 갈색 벽돌이 많은 주택가 안에 들어와 있는 모습이 자못 묘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세차 차고 한 켠에 마련돼 있는 무대 공간. 이화섭 기자.
'메이크' 입구에 있는 그래피티 작품. 그래피티 아티스트 '위제트'의 작품이다. 이화섭 기자.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이라 말하긴 했지만 삭막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건물 외벽에는 '메이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건물 입구 주변으로는 형형색색의 그래피티 그림이 그려져 있다. 국내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위제트'의 작품이다. 카페라면 으레 안팎이 점잖은 느낌의 장식이 돼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비틀었다. 뭔가 요란하면서 통통튀는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나름 차분해서 밸런스를 맞추려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메이크' 내부에 있는 세차 차고. 보라색 불빛의 공구함 비치 장소가 이국적이다. 이화섭 기자.

◆ "카페에서 무슨 세차를 해?"

카페 '메이크'를 소개받고 난 뒤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살펴봤다. '메이크'의 공식 인스타그램(@make_dongin)을 보니 처음 보이는 사진이 세차 요금표였다. 다른 게시물들을 보고 오해는 금방 풀렸지만 그래도 카페와 세차라니,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메이크' 건물에서 그래피티가 그려진 외벽 중 일부는 세차를 위한 차고 문이다. 차고 안은 마침 차 한 대가 세차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네온사인 느낌의 공구함 조명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세차 서비스는 미리 예약을 하면 받을 수 있다. 카페 2층에는 세차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볼 수 있도록 통유리창으로 세차 차고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카페에서 세차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메이크'의 박건도(48) 대표는 "'메이크'를 열기 전 캠핑 캐러반 등을 세차하고 관리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 때부터 구상했던 아이템"이라며 "세차 서비스가 카페의 또 다른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도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세차 차고 한 켠에 마련돼 있는 무대 공간. 이화섭 기자.
'메이크'에서 열렸던 공연 장면. '메이크'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세차 차고는 밤이 되면 공연장으로 변한다. 차고 한 쪽은 목재 파레트를 이용해 만든 작은 무대가 있고 조명은 흰색 조명에서 가로등 느낌의 백열전구 색깔로 바뀐다. 박 대표는 "이 공간을 만들 때 아예 다양한 음악 공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차고 안에도 의자가 마련되지만 2층 통유리창을 통해서도 공연 감상이 가능하도록 음향 설비도 고민해서 설치했다.

'메이크' 1층의 바와 주방. '오픈키친' 형태로 돼 있어 음식 만드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다. 이화섭 기자.

1층에는 커피와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있는데 음식 만드는 걸 볼 수 있도록 바(Bar) 형태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소위 말하는 '오픈키친'의 형태인데 위생에 자신있다는 인상과 함께 음식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메이크'의 카페라떼 메뉴인 '메이크 라떼'를 만드는 모습. '메이크' 제공.

◆ 진한 커피 맛과 부드러운 '기네스'

SNS에 '메이크'를 알리는 해시태그 중 하나가 '#낮커밤술'이다. 낮에는 커피, 밤에는 술과 안주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그래서 카페로서의 영업은 오후 5시까지다. 그 이후부터는 이탈리안 음식과 주류를 다루는 비스트로(Bistro·프랑스에서 음식과 와인을 제공하는 작은 식당을 의미하는 말)로 변신한다.

카페와 펍을 병행하는 곳이라고 해서 커피의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대부분의 메뉴가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들이지만 커피 맛에 소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일반적인 카페라떼인 '메이크 라떼'를 마셔봤는데 '라떼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들이 그렇듯 커피가 우유를 이기는 맛이었다. 라떼에 들어가는 원두가 확실히 진한 맛을 내고 있었다.

'메이크'의 시그니처 메뉴인 '다니엘 라떼'. 이화섭 기자.

'메이크'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는 '다니엘 라떼'는 컵 외벽에 초콜릿 시럽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이었다. 위에는 우유 거품과 함께 로투스 비스킷 크런치가 올라가 있었다.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초콜릿 시럽 때문에 매우 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초콜릿의 단 맛과 커피의 쓴 맛, 크림의 녹진한 맛이 적절했다.

'낮커밤술'을 기조로 삼는 곳인 만큼 오후 5시 이후에는 다양한 주류와 안주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위스키나 와인이 부담스럽다면 아일랜드의 흑맥주인 '기네스'를 생맥주로 접해보기를 추천한다. 박 대표는 "'메이크'의 기네스 생맥주는 본사에서 '마스터 퀄리티' 인증을 받은 맥주"라며 "다른 곳 기네스 생맥주보다는 좀 더 크림 같은 부드러움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 콘텐츠가 있는 카페·복합문화공간을 꿈꾼다

'메이크' 공간을 둘러보면서 갑자기 이 곳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 박 대표는 "안 그래도 손님들이나 제 지인들이 이 곳을 둘러보고 난 뒤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라며 "카페에도 콘텐츠를 접목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메이크'라는 공간을 대구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12일에는 기네스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파티를 열기도 했고, 앞으로는 건물의 외벽 중 여유가 있는 공간을 통해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을 초청 그래피티 과정을 생중계로 보여주는 '그래피티 잼'도 열어볼 계획이다. 이 밖에도 재즈와 팝을 전문으로 하는 음악인들을 불러 세차 차고를 공연 무대로 하는 일명 '개러지(Garage) 감성'이 가득한 공연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이런 구상들이 모두 복합문화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박 대표는 "'메이크'처럼 커피와 주류, 음식과 문화가 한꺼번에 담기는 공간이 조금 낯설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것들이 콘텐츠가 돼서 대구의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