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학부모 교육을 강화하자

입력 2023-08-01 18:30:00 수정 2023-08-01 19:59:43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최근 6년간 전국 공립학교 초·중·고 교사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하니 가히 충격적이다. 숨진 교사 중 절반 이상(57명)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2022년 기준 초중고 교원(44만1천796명) 중 초등이 44.1%(19만5천37명)임을 감안하더라도 초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유 1위는 '원인 불명'(70명)이었고, 다음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16명), 나머지는 가족 갈등 및 신변 비관으로 집계됐다. 교육계에선 명확한 개인적 사유가 아니라면 대부분 학생 지도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달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신규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전국의 교사들은 지난주 3만 명에 이어 오는 5일에도 3차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참가자들은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교육 현장의 교권 침해 실태를 알리고 있다.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교권이 추락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교는 헌법상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설치된 공적 기관이다. 학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동안 자녀 양육권의 일부를 교사에게 위임한 것이다. 학교와 교사는 이에 근거하여 학생을 보호할 책임을 지도록 한다. 독립적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훈육이나 지도, 징계도 묵시적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주로 학교폭력이나 내 아이의 불리에 대해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학교에 위임한 권리를 짓뭉개는 이중성을 나타낸다. 자녀에게 일어나는 일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학교 현장에서 악성 민원으로 선생님을 괴롭힌다. 모든 교사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아동학대방지법' 적용이 그것이다.

교사의 일반적 훈육조차 '정서적 학대'로 몰면서 법을 핑계로 협박을 일삼는 부모가 적지 않다는 게 학교 현장의 목소리다. 그렇다 보니 교실마다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이 있어도, 하루 종일 잠만 자는 학생이 있어도 교사는 방관자가 되어 버리는 게 작금의 교실 풍경이다.

일부 학부모들의 이중적 태도는 자녀를 보내는 학원과 비교하면 극적으로 대비된다. 학원은 부모와 자녀의 필요에 의한 명시적인 계약 관계임에도 권리 주장엔 관대하다. 목표하는 점수가 안 나온다고 야단을 치거나 할당한 문제를 다 풀 때까지 집에 보내지 않아도 훌륭한 학원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녀가 체벌을 당해도 헌신적인 학원 선생님이라고 치켜세운다.

학생의 인권과 학교의 교권은 서로 모순적인 명제가 아니라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불가분의 관계다. 권리만큼 책임도 따르는 법이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엔 단호한 훈육이 필요하며, 교사는 몰지각한 학부모의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의 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법 면책 조항을 제정하거나 학교 조례로 만들 필요가 있다. 내 아이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수반되는 규율과 책임, 의무를 학교에서 배운다는 것을 부모에게 알려주자.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부모 교육이 교육과정을 설명하거나 진로 상담 일색에서 확장되어야 한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다. 학교는 부모가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곳이 아니고, 선생님 또한 지식 전달 근로자가 돼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