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장마 피해] 논밭 주변 경사지 산골마을, 산사태에 특히 취약

입력 2023-07-16 17:42:50 수정 2023-07-16 20:32:51

예천군 호우 피해 왜 이렇게 컸나…"산사태가 인명피해 키웠다"
나무·작물 부족한 토양 형태…응집력 떨어져 쉽게 쓸릴 위험
"시간당 30mm만 와도 우선 대피"

16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이 초토화 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6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이 초토화 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계속된 폭우로 경북 북부지역이 '폭격'을 맞았다. 특히 산사태가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지만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예천지역 경우 피해지역 대부분이 논과 밭을 곁에 둔 경사지 산골 취락 마을이었다.

16일 오후 6시 현재 예천군에서는 이번 폭우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상태다. 부상자도 12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7명, 실종 3명이나 됐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발생한 산사태 구간의 상부에는 과수원과 도토리 밭이 위치해 있고 아래로는 논, 밭을 주변으로 집들이 경사지 위에 지어져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산사태가 발생한 감천면 벌방리, 은풍면 금곡리, 용문면 하학리 등 마을 역시 이런 형태의 취락 형태다.

이는 장마철 산사태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사지, 논과 밭으로 인해 낮은 토양의 응집력, 호우로 인한 토양의 함수량 과다 등 산사태에 취약한 부분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사태는 경사지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나무가 없거나 띄엄띄엄 심긴 논과 밭의 토양은 상대적으로 토양의 응집력이 떨어져 조금만 가중이 더 해져도 쉽게 쓸려 내려갈 수 있다.

장기간 호우까지 지속되면 토양이 가질 수 있는 함수량이 기준을 넘어서 응집력이 더욱 떨어진다.

때문에 대부분 이런 형태의 취락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산지 농촌마을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고 집중호우로 일정 강수량이 넘어갈 경우 우선 대피가 요구된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겸임 교수는 "보통 이런 형태의 취락마을은 산 위에서부터 시작된 토석류 재해 피해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산사태에 취약한 부분이 많다"며 "이런 취락마을은 하루 강수량 50mm 시간당 30mm의 비만 예상돼도 우선 대피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천군에 따르면 산사태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효자면 백석리와 2명이 실종된 감천면 벌방리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것으로 밝혔다.

예천군이 지정·관리 중인 산사태 취약지역은 66곳이지만 이들 지역은 산사태취약지역이 아니어서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영주시 경우도 모두가 산사태에 매몰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오전 7시 27분쯤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잠을 자고 있던 장애인 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가 아버지 김모(67) 씨도 함께 토사에 휩쓸려 숨졌다.

4명이 숨진 봉화군에서도 4명 모두 산사태로 숨졌다. 문경지역에서는 2명이 숨진 가운데 산사태 매몰로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33) 씨가 숨졌다.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도로 사면유실과 산사태로 인해 공공시설물들이 피해를 입었다. 도로 사면유실도 작은 규모의 산사태로 볼 수 있으며 안동 1곳과 영주 5곳, 문경 11곳 등 모두 39곳이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로 예천과 봉화 등 4곳, 토사유출로 영주, 문경, 예천지역에서 6곳의 공공시설물들이 매몰되거나 파손되기도 했다.

경북도는 지반 약화에 따른 비탈사면과 산사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도지사 주민대피 명령 1호를 긴급 발동했으며, 비탈면과 산사태 우려를 대비해 주거지 주변 집중 점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