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비행기 추락 어린이 4명 40일만에 생환…어떻게 생존했나

입력 2023-06-10 17:45:13

영양실조 증세 보이긴 했으나 그 외 건강 문제 없어
공중서 떨어뜨린 생존 키트 굶주림 해결에 도움 추정
비행기 앞부분부터 추락 아이들 뒷좌석 탑승도 영향

9일(현지시간) 아마존 정글에서 무사히 발견된 아이들과 구조대원들. 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아마존 정글에서 무사히 발견된 아이들과 구조대원들. AP 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서 발생한 경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아이 4명이 행방불명된 지 40일째 무사히 발견됐다.

3주 전 대통령이 성급하게 '생존'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터라 콜롬비아에서는 '진정한 기적'이라며 반기고 있다.

▶콜롬비아 군 당국이 9일(현지시간) "(아마존 정글인) 구아비아레와 카케타에서 행방불명됐던 아이 4명이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보고했다고 현지 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은 지난 달 1일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정확히 40일째다.

아이들의 신원은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다. 가장 어린 아이는 생후 11개월째 사고를 당했다가 정글에서 첫돌을 맞았다.

이들은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긴 했으나 그 외 건강에 문제는 없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조종사를 포함한 어른 3명과 어린이 4명을 태우고 소도시 산호세델과비아레를 향해 날던 소형 비행기가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정글인 솔라노 마을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성인 승객 2명과 파일럿 등 총 3명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러나 동승했던 아이들의 행방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은 헬리콥터 5대, 인력 150여명, 탐지견 등을 투입해 추락지점 인근 숲속을 샅샅이 뒤져, 유아용 젖병과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을 찾아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군 당국은 "더 움직이지 말라"는 아이들 할머니 육성 녹음 메시지까지 헬기로 방송하며 아이들 탐색에 안간힘을 썼다.

정부는 구조된 아이들을 헬기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옮긴 뒤 건강 상태를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40일의 기적 끝에 아이들이 살아있는 상태로 발견 되면서 생존 비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우선 구조 당국이 수색 작업 중 공중에서 떨어뜨린 생존 키트들이 아이들이 버티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키트에는 음식을 비롯한 각종 물품이 들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를 발견해 활용한 덕에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 아이들이 남미 원주민 후이토토족 출신이라는 점도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후이토토족은 콜롬비아 남동부, 페루 북부 등에 사는 원주민이다.

콜롬비아 바우페스 지역의 원주민 지도자 존 모레노는 "이곳은 원시림으로 울창하고 위험한 곳"이라면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에서 얻은 지식, 즉 조상의 지식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아마존에서 생존한 것에 앞서 어떻게 비행기 추락에서 살아남았는지도 큰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비행기 뒷좌석에 탑승한 덕에 추락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추락 당시 비행기는 앞머리에서부터 땅에 처박혔다.

추락 당시의 물리적 충격이 뒷좌석에는 크게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