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함장(艦長)의 선택

입력 2023-06-07 19:54:31 수정 2023-06-08 16:09:57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태평양전쟁의 흐름을 미국으로 돌려놓은 미드웨이 해전(1942. 6. 4~7)에서 일본 해군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정규 항공모함 4척이 모두 침몰했고 베테랑 조종사와 항공 승무원 100명을 포함해 3천여 명이 죽었다. 이 과정에서 항모 함장들의 운명은 제각각이었다.

일본 함대의 항공모함은 제1항공전대의 가가(加賀), 아카기(赤城), 제2항공전대의 소류(蒼龍), 히류(飛龍) 순으로 미군 급강하폭격기의 공격을 받았다. 가가 함장 오카다 지사쿠(岡田次作)는 지휘부 장교 전원과 함께 폭사했다. 소류 함장 야나기모토 류사쿠(柳本柳作), 히류 함장 가쿠 도메오(加來止男)와 제2항공전대 사령관 야마구치 다몬(山口多聞)은 부하들에게 퇴함(退艦)을 명령한 뒤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기함(旗艦) 아카기에서 일본 함대를 지휘한 나구모 주치이(南雲忠一) 제독은 퇴함했다. 함장 아오키 타이지로(靑木泰二郞)도 닻에 몸을 묶고 배와 운명을 같이하려고 했으나 부하들의 강력한 만류로 포기하고 퇴함했다.

미국 함대 지휘관들의 선택은 한 가지였다. 승선한 전투함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망설이지 않고 퇴함했다. 함대 사령관 프랭크 플레처 제독은 기함 요크타운이 일본 항공기에 피격되자 휘하 제16기동부대 지휘관 레이먼드 스프루언스 소장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이함(移艦)했다. 엘리엇 벅마스터 함장도 배를 살리려는 노력이 무위가 되자 이함했다.

이런 사실(史實)은 함장이 배가 침몰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거나 다른 배로 옮겨 타 전투 지휘를 계속해야 한다는 원칙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잘한 선택이든 아니든 지휘관 개인의 판단 문제일 뿐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천안함은 자폭이고 조작'이라고 한 인사의 혁신위원장 임명에 항의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에 대해 시정잡배만도 못한 막말을 했다. "무슨 낯짝으로" "부하들 다 죽이고" 운운하며 "함장은 원래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고도 했다. 누구에게 그런 소릴 들었는가 아니면 지어낸 소리인가. 게다가 최 전 함장은 퇴함하긴 했지만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고 우겨 끝가지 퇴함을 거부했다는 게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일치된 증언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겠다.